“미국이 세계 석유 60% 가져”… 트럼프, 유엔연설서 또 허위·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세계 석유의 60%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터무니 없이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냥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특유의 어법을 구사한 것으로 지적됐다.

 

23일(현지시간) AP 통신과 CNN 등 미 언론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뜯어본 결과 “미국과 베네수엘라를 합치면 우리는 전 세계 석유의 60% 이상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21조달러의 신규 투자 약속을 확보했다” 등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연합

석유 확보량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확인매장량이 650억 배럴인 베네수엘라의 17개 유전에 대해 미국이 100년간 권리를 갖는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나온 수치다. 그러나 이마저 잘못된 정보다. 

 

확인되지 않은 것까지 최대한 늘려 잡은 베네수엘라의 총 석유 매장량은 3030억 배럴로 추산된다. 미국의 확인매장량은 460억 배럴이다. 이를 합쳐도 전 세계 매장량 1억6000만 배럴의 약 22%에 불과하다고 AP는 지적했다.

 

AP는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기반시설이 심하게 노후화해 신규 투자가 석유 생산량의 상당한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전했다.

 

세계 각국의 대미(對美) 투자 규모도 부풀렸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21조달러의 신규 투자 약속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1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중간선거 승리 땐 1인당 5000달러’ 지급을 약속하면서 자신의 관세 정책을 통해 21조∼22조달러가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확인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임기 중 ‘주요 투자 발표’ 규모는 11조2000억달러다. 백악관이 제시한 이 수치마저 실제보다 과장됐을 확률이 크다.

 

백악관이 발표한 수치에는 ‘양자 무역’이나 ‘경제 교류 약속’, 더 나아가 약속 수준도 안 되는 모호한 발언까지 포함됐다고 CNN은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신규 액수는 2320억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재집권 이후 자신이 세계 각지의 전쟁 8개를 해결했다는 주장,이란과의 전쟁 장기화에도 요격미사일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했다고 주장한 8개의 전쟁은 △캄보디아와 태국 △코소보와 세르비아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인도와 파키스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가자지구 전쟁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이스라엘과 이란이다.

 

이 가운데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댐 사업을 둘러싼 외교 분쟁이며,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전쟁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의 전쟁은 미해결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을 끝내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하긴 했으나 중동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미군의 요격미사일 탄약 부족 역시 미 언론은 물론 정부 기관 보고서에도 나타났다.

 

앞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이란과 협상을 통해 재건의 기회를 주거나 이란을 전멸시키는 방안을 거론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란전 장기화에 따른 미군의 탄약 부족 우려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례 없는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자신하고 쿠바 등을 겨냥해서는 서반구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강조하면서 국제적 규제 확대 움직임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