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새로고침해보긴 했지만, 별수 있나요. 직장에서 온종일 예매 창만 볼 수도 없잖아요.”
직장인 김모(34)씨는 올해 추석 본가인 울산으로 귀성을 포기하고 서울 자취방에 남았다. 경부선 고속철도(KTX) 승차권 예매가 열린 지난 11일 오전 7시 예매를 시도했지만 대기 번호가 10만을 넘겼다. 결국 예매 기간 표를 구하지 못한 그는 취소표를 노려봤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셀표 구매도 고려해봤지만, 가격이 10만원에 달하는 것을 보고 결국 포기를 선택했다.
예년보다 짧은 추석 연휴에 귀성길 수요가 폭발하면서 명절 ‘예매 전쟁’ 상황도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이번 추석 승차권 예매율은 84%로 지난해 추석(62.7%)보다 21.3%포인트나 높았다.
좌석 자체는 지난해보다 많았다. KTX와 SRT가 통합 운행되면서 주당 약 11만6000석이 추가 공급됐다. 문제는 수요다. 지난해 추석은 연휴가 7일에 달했지만, 올해는 연휴가 다소 짧아지면서 귀성∙귀경 수요가 일부 날짜로 몰렸다.
예매가 어려워지면서 표를 구하려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취소 표가 풀리는 시간이 공유되고, 온라인상엔 KTX 빈 좌석이 발생할 때마다 알림을 주는 웹사이트가 등장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1000원에서 2000원가량 수수료를 받고 승차권을 대신 예매해주겠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또 대리구매를 사칭해 사기를 쳤다는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요가 폭발한 만큼 암표 범죄는 올해도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3일부터 6개월간 매크로 등을 이용한 암표 매매를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126건을 적발해 15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이번 연휴를 앞두고도 지난 22일 한국철도공사가 암표 제보 및 암행 단속 방식으로 19건을 확인하고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확인 사례 중엔 최소 4100원에서 최대 4만6500원까지 웃돈을 붙이는 등 최대 10만원에 판매하려 한 경우도 있었다. 상습 또는 영업 목적으로 구입 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승차권을 되팔 경우 현행 철도사업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표를 구하기 어렵고, 연휴도 짧다 보니 귀성 대신 서울 잔류를 선택한 ‘혼명(혼자 명절)족’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날 예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3%로 지난해(68%)보다 5%포인트 줄었다. 특히 2030의 경우 각각 52%에 불과했다.
연휴 전날부터 정체가 시작된 가운데 자차로 귀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4일 낮 12시 기준 승용차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할 경우 부산까진 7시간50분이, 전남광주까진 6시간5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이날이 추석 연휴 기간 중 귀성 방향 고속도로 정체가 가장 극심할 것이라고 전망된다며 전국 616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정체는 오후 8시에서 9시쯤이 돼야 해소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