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권준영 기자] 숙소도, 버스도, 세탁도 각자 해결해야 하는 아시안게임이 됐다. 선수단 숙박시설 부족에서 시작된 문제가 수송과 식사, 세탁으로 번지면서 각국이 직접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대회 운영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대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훈련과 경기 준비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번 대회는 대규모 선수촌 대신 조립식 컨테이너 숙소와 호텔, 대형 크루즈 등으로 선수단을 나눠 수용했다. 숙소가 여러 지역에 흩어지면서 이동 부담이 커졌고, 선수단 생활에 필요한 지원에서도 곳곳에서 혼선이 나타났다.
실제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일본과 결승을 앞두고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예정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축구 대표팀은 셔틀버스 기사의 착오로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야구 대표팀은 버스 배정이 원활하지 않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체 비용을 들여 외부 셔틀을 확보했다.
해외 선수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베트남 여자 배구대표팀은 입국 첫날 셔틀버스가 다른 호텔에 선수단을 내려주는 바람에 무거운 짐을 끌고 숙소까지 걸어가야 했다. 순위 결정전을 앞둔 일부 선수단은 셔틀버스가 예정 시간보다 1시간30분 늦게 도착하면서 경기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생활 지원에서도 선수단이 직접 감당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대만 야구대표팀 선수들은 호텔의 코인 세탁기 부족으로 다음 날 입을 유니폼을 빨기 위해 밤늦게까지 세탁기를 기다렸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선수단은 결국 별도로 세탁업체를 찾아 계약하고 비용을 부담했다.
태국은 숙소와 식사를 직접 마련했다. 태국 올림픽위원회 찰릿랏 찬드루벡사 부사무총장은 24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숙박시설과 객실 수가 실제 선수단 규모에 맞지 않아 대체 숙소를 찾았고 식사도 별도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용은 태국 측이 부담했으며, 의료진 일부는 나고야에서 약 1시간30분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대한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들도 숙소와 식사, 훈련장 이동, 세탁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선수단이 경기에 앞서 챙겨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대회 참가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부담도 커지고 있다.
조직위는 이런 운영 차질에 대해 각국 선수단의 요구와 대응 과정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마쓰오 유타 조직위 숙박 담당 부국장은 24일 나고야 메인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각국 선수단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각 선수단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송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선수단이 밤늦게 셔틀 운행 변경을 요청하거나 배차된 버스에 선수들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숙소의 짧은 침대에 대한 불만에는 길이를 연장할 수 있는 ‘오토만’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는 선수단의 요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셔틀버스가 오지 않거나 목적지를 잘못 찾아가면서 훈련 일정이 틀어졌고, 경기 전날 유니폼을 세탁하기 위해 장시간 기다리는 사례도 나왔다. 대회 운영을 위해 마련돼야 할 기본적인 이동·생활 지원을 선수단이 직접 해결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수송 문제는 선수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미디어 셔틀도 공지된 내용과 실제 운행이 다르거나 차량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취재진의 이동에 차질을 빚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24일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이번 대회 운영에 대해 “대회 초반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대회 운영은 낙제점인 ‘F급’”이라며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심각한 무능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회 개막 엿새째 일부 운영 문제는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메달을 다투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는 이동과 숙박, 식사, 세탁 등 경기 준비와 선수단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을 해결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대회 운영의 부담이 참가국과 선수단으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