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인선이 마침내 일단락됐다. 각종 논란이 불거지며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모두 임명 절차를 마쳤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며 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초기에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일부만 대상으로 했다가 2005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모든 국무위원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법 개정 이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국무위원(금융위원장·공정거래위원장 등 중앙행정기관장, 감사원장·헌법재판관 등 헌법기관장 제외한 국무총리·장관 기준)은 총 25명이다.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대의 단골 주제는 위장전입과 땅 투기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와 논문 표절, 갑질 등 도덕성 논란이다. 특히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에는 이춘호 여성부·박은경 환경부·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부동산 문제로 줄사퇴했다. 부동산 투기나 논문 표절 등의 논란에 국민 눈높이가 까다로워지면서 최근에는 자녀 특혜나 공정성 시비가 청문회 이슈로 자주 등장한다. 윤석열정부 때인 2022년에는 김인철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두 자녀를 포함한 가족 4명의 장학금 수혜 논란으로 청문회 하루 전날 자진 사퇴한 데 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의대 특혜 편입 및 병역 비리 등 자녀들을 둘러싼 의혹으로 청문회에서 난타를 당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거대한 비리 의혹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이유로 낙마한 이색 사례들도 적지 않다. 2021년 문재인정부에서 지명됐던 당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도자기 밀수’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주영국대사관 공사 참사관으로 근무하다 귀국할 때 영국산 도자기와 장식품 1250여점을 외교관 이삿짐으로 국내에 반입했다. 문제는 관세 혜택을 받아 반입한 물품들이 배우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진열·판매됐다는 점이다. 박 후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며 관세 미납분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명 19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종교적 신념이 낙마를 부른 사례도 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박성진 교수는 과거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활동 이력이 논란이 됐다. 해당 학회는 신이 지구의 생명을 창조했다는 창조설을 연구해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을 창립 목표로 내세웠다. 당시 박 후보자는 “창조론을 믿는다기보다는 성경에 기록된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과거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됐다”,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 등이 알려지며 과학기술계 등 학계는 물론 불교계에서도 공개적인 반발 성명이 이어졌다. 박 후보자의 전력이 기술 혁신과 벤처 창업을 지원해야 할 주무 부처 수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여기에 ‘뉴라이트 역사관’과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까지 겹치며 결국 박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장관 인사청문회 도입 전인 2001년 김대중정부 시절 임명된 안동수 법무부 장관은 메모 한 장 때문에 경질됐다. 그가 작성한 메모가 장관 취임사로 오인돼 기자들에게 전달됐는데 “김대중 대통령님께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사법 행정의 공정성과 중립을 지켜야 할 법무부 장관이 권력자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한 내용이 알려지며 여론의 거센 비판이 일었다. 결국 안 장관은 취임 43시간 만에 면직 처리되면서 역대 최단기 장관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