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공사 없이 막혔다가 풀리는 ‘유령정체’는 특정 운전자 한 명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 차량이 몰려 밀도가 높아지면 작은 속도 변화가 뒤차로 전달되며 커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3~27일을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고속도로 하루 평균 통행량은 605만대로, 지난해(541만대)보다 11.8%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당일인 25일은 684만대다.
귀경길은 25일 오후가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이동인원(3093만명)은 지난해보다 3.5% 줄지만, 대책기간이 11일에서 5일로 짧아져 하루 통행량은 늘어난다.
◆차량 수보다 중요한 건 ‘간격’
일본 나고야대 등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뉴 저널 오브 피직스’에 실차 실험 결과를 실었다. 둘레 230m 원형 트랙에 차 22대를 세우고, 운전자에게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시속 약 30㎞로 달리라고 했다. 합류 구간도 공사 구간도 없었다.
처음에는 차들이 고르게 움직였다. 이후 차간거리와 속도 차이가 조금씩 생기더니 점점 커졌고, 일부 차량은 완전히 멈췄다. 멈춘 차들이 모인 정체 구간은 차량 진행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평균 밀도가 임계값을 넘으면 자유로운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작은 요동이 정체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병목은 정체의 계기일 뿐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간 거리가 충분하면 앞차의 작은 감속이 뒤로 가며 줄어들지만, 거리가 좁으면 뒤로 갈수록 커진다.
◆터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속도가 줄어든다
실제 도로에서는 터널이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터널이 폐쇄된 구조에 시야가 제한되고 조명이 바뀌어 운전자가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이기 쉽다고 설명했다. 차량이 많을 때 이 감속이 뒤차로 이어지면 뒤쪽 흐름이 불안정해진다.
건설연은 지난 22일 서울양양고속도로 금남터널(경기 남양주)에 설치한 ‘페이스메이커 시스템’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터널 측면 LED 유도등이 차량 진행 방향으로 차례로 켜져, 운전자가 빛의 이동을 따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게 하는 방식이다.
운영 전후 1년간 차량검지기 자료를 비교하니 평균 주행속도는 약 6.5% 올랐다. 혼잡한 교통상황에서는 최대 10% 이상 개선됐고, 차량 간 속도 차이도 줄었다.
이번 결과는 터널 한 곳에서 측정한 것이다. 추석 연휴처럼 차량이 몰릴 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평균 속도가 높아진 것만으로 유령정체가 줄었다고 볼 수도 없다.
◆급제동 줄여도 차량 몰리면 정체 피하기 어렵다
급가속·급제동을 줄이고 앞차와 거리를 충분히 두면 뒤차로 전달되는 속도 변화가 줄어든다.
하지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운전 습관만으로 정체를 막기 어렵다.
사고도 없는데 막혔던 길이 갑자기 뚫렸다면 정체가 사라진 것은 아닐 수 있다. 운전자가 뒤로 이동하는 정체 구간을 빠져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