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인테리어와 메뉴를 전국 매장에 적용하던 프랜차이즈의 출점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관광지와 지역 상권의 특징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해당 점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와 굿즈까지 내놓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모던 티 브랜드 차지(CHAGEE)는 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 국내 아홉 번째 매장인 롯데월드점을 열었다. 지난 4월 강남·용산·신촌에서 국내 영업을 시작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이후 종각과 시청, 역삼, 건대 등 서울 주요 상권으로 매장을 넓혀왔다.
롯데월드점은 일반 매장과 분위기부터 다르다. 놀이공원을 찾는 가족과 연인, 친구 고객이 많은 입지를 감안해 놀이기구를 모티브로 한 조명과 벽면 장식을 넣었다. 차를 마시는 공간 안으로 놀이공원의 분위기를 옮겨온 셈이다.
메뉴도 이곳에서만 판매한다. 레인보우 초콜릿 쿠키 티-에스프레소 프라페와 놀이기구를 연상시키는 생토노레 초코 케이크를 롯데월드점 전용으로 선보였다. 음료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박스와 키링 등을 활용한 오픈 행사도 진행한다.
이처럼 점포가 들어선 장소를 매장 경험에 직접 반영하는 방식은 국내 카페업계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됐다.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2023년 문을 연 더여수돌산DT점은 여수의 바다와 밤을 매장 콘셉트에 담았다. 전망대에서 여수 바다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 돌산대교의 야경을 표현한 전용 음료 ‘여수 바다 자몽 피지오’를 내놨다. 거문도 약쑥을 활용한 빵과 여수 바다를 표현한 전용 상품도 함께 판매했다.
춘천에서는 의암호가 매장 콘텐츠가 됐다. 스타벅스는 2024년 11월 의암호 인근에 더춘천의암호R점을 열었다. 2층부터 4층까지 테라스를 배치해 의암호와 삼악산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매장이다. 문을 연 지 5일 만에 방문객이 1만명을 넘어섰다.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도 있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은 1960년대 지어진 저택을 활용했다. 기존 초인종과 벽난로, 계단 등을 남기고 내부를 거실과 응접실처럼 구성했다. 경동시장에서는 1960년대 지어진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경동1960점을 운영하고 있다.
차 브랜드 오설록도 매장마다 공간의 성격을 달리한다. 서울 북촌점은 1960년대 가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꾸몄다. ‘북촌의 기와’, ‘북촌의 색동’ 등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메뉴와 계절별 티코스도 운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있는 오설록 티하우스 MMCA는 방향이 또 다르다.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맞춰 문화예술과 차를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하고, 말차 바와 말차 특화 메뉴를 운영한다. 같은 브랜드라도 어디에 문을 여느냐에 따라 공간과 메뉴를 바꾸는 방식이다.
잠실에서는 노티드가 일찌감치 이런 전략을 택했다. GFFG는 2023년 롯데월드몰 5·6층에 약 1124㎡, 340평 규모의 노티드 월드를 열었다. 매장을 단순히 도넛을 사는 곳이 아니라 전시와 포토존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잠실점만을 위해 컵케이크 8종과 전용 패키지도 개발했다.
노티드 월드는 이후 월평균 방문객이 12만명 수준을 기록했고, 같은 층의 매출도 매장 개장 이후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음료 매장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집객 시설 역할까지 한 사례다.
차지 역시 국내 출점 초기부터 이 같은 특화 매장 전략을 꺼내 들었다. 롯데월드를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권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놀이공원의 이미지 자체를 인테리어와 메뉴에 넣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의 장점에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더하는 셈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것을 넘어, 매장을 경험하기 위해 특정 지역을 찾도록 만드는 경쟁이 카페·디저트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