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음악평론가 이대화는 전자음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00년대 초 웹진 ‘이즘’에서 음악 리뷰와 아티스트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0년대 초 EDM과 클럽 문화를 접한 뒤 전자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2015년 첫 전자음악 관련 책을 펴낸 뒤 줄곧 이 분야를 탐구해 왔다. 지난달에는 시대별 대표 전자음악을 소개하는 신간 ‘일렉트로닉 뮤직 명반 가이드북’을 내놨다.
이 작가는 전자음악의 범위를 신디사이저 등 전자 회로가 만든 음향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녹음된 소리를 재료로 삼는 샘플링, 컴퓨터와 미디(MIDI)를 활용한 제작 방식까지 기술을 통해 기존에 없던 소리와 작곡법을 만드는 음악을 포괄한다. “기타를 한 번 칠 때마다 악기를 바꿔 맬 수는 없지만, 기술은 사람이 직접 할 수 없는 방식의 소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전자음악은 이제 특정 장르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작가는 K팝이 전자음악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로 ‘새롭고 감각적인 소리’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꼽았다. 그는 “아이돌 음악은 늘 새로운 사운드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현재 신세대가 가장 트렌디하다고 느끼는 소리가 전자음악”이라고 말했다.
책은 전자음악의 역사를 시대별 대표작으로 훑는다. 1970년대에는 전자음악 대중화의 출발점으로 크라프트베르크의 ‘더 맨 머신’을, 1980년대에는 신스팝 열풍을 상징하는 휴먼 리그의 ‘돈트 유 원트 미’를 추천한다. 1990년대 초 하우스의 확산을 보여주는 로빈 S의 ‘쇼 미 러브’, 1990년대 후반 세계적 열풍을 이끈 케미컬 브라더스의 ‘디그 유어 오운 홀’도 꼽았다. 2000년대는 다프트 펑크의 ‘디스커버리’, 2010년대는 EDM의 전형을 보여준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의 ‘돈트 유 워리 차일드’, 2020년대는 하이퍼팝의 흐름을 담은 100 겍스의 ‘10000 겍스’를 제시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경계보다 호기심이 큰 분야라고 봤다. 그는 “전자음악은 새 기술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 온 음악”이라며 “AI가 또 하나의 음악적 방법론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고 했다.
다만 DJ를 단순히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로만 보는 시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도전의 문턱은 낮을 수 있지만, 완성도 높은 세트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며 “특히 두 곡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관객의 기분을 유지하는 선곡과 구성, 현장 대응 능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음악과 함께 읽기를 바란다. “전자음악은 클럽과 축제의 음악만이 아니다. 대중음악과 오랫동안 함께해 온 넓은 세계”라며 “아무 페이지나 펼쳐 소개된 음악을 검색해 듣고, 글을 읽으며 자기만의 감상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