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멕시코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양국 간의 무역협정 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동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검토 협상을 진행 중인만큼 당장 한·멕시코 간 FTA 협상을 추진하기보다는 USMCA 협상 경과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협력을 진전시켜나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현지에서 한·멕시코 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브리핑을 열고 “양 정상은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경제협력 잠재력을 충분히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 안보실장은 “양 정상은 상호 호혜적인 방식으로 양국 간 무역·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를 위해 양국 간 공동이익연구를 수행해 가능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의 쟁점들이 일괄 타결됐다는 점을 주요 경제 성과로 꼽았다. 위 실장은 “이번 협정 타결로 보다 투명하고 안정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돼 양국 간 투자 및 경제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개정 협상은 투자유치국의 정당한 규제권한을 명확히 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투자회수 및 손실보상 등에 관한 실질적인 권리 보호는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페이퍼컴퍼니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 방지를 위한 조항 신설 등 분쟁해결절차가 개선됐고 외환위기 시에도 투자 자금의 이전을 보장하고, 과도한 조세조치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보호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위 실장은 또 “오늘 합의된 양국 수출입 은행 간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 신규 설정이나 지식재산권 보호, 불법 통관 물품 정보 공유 활성화 등은 양국 기업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FTA 협상 재개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서는 청와대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멕시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FTA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의 선호는 거기(FTA 협상 재개)에 있지만 지금 멕시코가 그렇게 응할 준비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며 “지금 멕시코는 미국과 USMCA를 재검토하는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우리 기업이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데 한국에서 자재나 부품을 가져오고 그걸 갖고 여기서 가공·조립하고 해서 미국 시장에 파는 일들을 해왔는데 그것이 USMCA의 하나의 논점 중에 하나라고 한다”며 “이른바 원산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대해 미국이 좀 터프한 내용을 멕시코에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 입장에서는 그 문제가 USMCA에서 어느만큼 가닥이 잡혀야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과 무역협정 내지는 뭔가를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USMCA 협상 결과를 지켜보면서 FTA를 포함한 향후 무역협정의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했다. 고위관계자는 “그래서 지금은 FTA를 추진하기에 좀 이르고 FTA보다 조금 단계가 낮은 CEPA를 생각할 수도 있고 그보다 조금 더 낮은 상호보완적인 무역 체계를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일단 지금으로써 양측이 합의한 것은 그 가능성은 열어놓고 우선은 USMCA 결과를 보되 그 사이에는 우리가 ‘무역 투자 산업 협력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위원회가 어떤 이익이 어떻게 되는지 서로 간에 연구해 보자, 그리고 그에 따라서 다음 단계를 진전시켜 보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도 꽤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