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들으란 듯… 교황 “기자들, 날 얼마든지 취재하라”

CNN 기자, 트럼프의 언론 입막음 관련 질문
교황 “공인들에 대한 취재 중요… 난 안 그래”
3개월 전 기내 기자회견 무산에 사과하기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를 겨냥한 탄압을 주저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레오 14세 교황이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황청 출입 기자들에게 자유로운 취재 활동을 독려한 것이다. 지난 2025년 5월 제267대 교황으로 즉위한 레오 14세는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다.

25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오른쪽)이 나흘에 걸친 프랑스 방문을 위해 파리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를 출발해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오는 28일까지 나흘간의 프랑스 방문 일정을 앞두고 교황은 모처럼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에 CNN 방송 소속 기자는 교황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CNN을 비롯한 몇몇 언론사 기자들의 백악관 취재를 금지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에 관해 악의적인 가짜 뉴스 보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를 들어 CNN, MSNOW, 폴리티코 3개 언론사 기자를 백악관 밖으로 내쫓았다. 지난 24일 연방법원은 ‘백악관이 해당 조치를 유예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으나 트럼프의 ‘뒤끝’은 계속됐다. 그 때문에 3개 언론사는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의 만남을 제대로 취재하거나 보도하지 못했다.  

 

교황은 “공인들을 상대로 한 언론인들 취재 활동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기자들이 나를 취재하는 것을 반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황 전용기에 교황청을 출입하는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모두 탑승한 점을 들어 “여기에서는 여러분 전부가 환영을 받고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6월 스페인 방문 때 로마로 돌아가는 길에 기내에서 갖기로 한 기자회견이 취소된 점에 대해 사과의 뜻도 표했다. 당시 교황은 스페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에 자리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까지 둘러봤다. 그런데 바티칸 복귀를 앞두고 그만 비행기 기체에 이상이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나흘에 걸친 프랑스 방문을 위해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레오 14세 교황(오른쪽)이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이 발빠르게 나섰다. 자신의 왕실 전용기를 교황 측에 제공한 것이다. 교황과 교황청 관계자 일부만 스페인 국왕 전용기로 귀국길에 올랐고, 70명 넘는 기자들은 대체 항공편이 올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다. 기내 기자회견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다.

 

이날 교황은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우리가 함께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끼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저와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