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종착역을 향해 가면서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 경쟁도 마지막 승부에 들어갔다. 한화 포수 허인서가 20홈런을 날리는 등 시즌 내내 쌓아온 성적으로 한발 앞서 있지만, SSG 고졸 신인 투수 김민준이 후반기 무서운 기세로 거리를 좁혔다. 한때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던 LG 내야수 문정빈은 두 선수보다는 다소 뒤처진 모양새다.
현재 선두 주자는 역시 허인서다. 허인서는 25일까지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20홈런, 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0를 기록했다. 단순히 ‘신인 가운데 잘하는 선수’ 수준을 넘어 한화의 주전 포수로 한 시즌을 버텼다는 점이 돋보인다. 포수라는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20홈런을 날리는 장타력을 보여줬다.
특히 허인서는 개막부터 꾸준히 1군에서 뛰면서 400타석 이상을 소화했고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한화 전력의 한 축이 됐다. 7월 올스타전에서는 ‘미스터 올스타’까지 차지하면서 존재감도 확실히 각인시켰다. 신인왕뿐 아니라 포수 골든글러브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다. 2022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 1군에서 47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아 신인왕 자격을 갖췄다.
다만 최근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듯했지만 25일 창원 NC전에서 시즌 20호 홈런 고지를 밟으며 신인상을 향한 의지를 보여줬다. 허인서가 남은 경기에서 타율까지 3할로 끌어올린다면 경쟁자들이 뒤집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도 허인서를 가장 위협하는 선수는 이제 김민준이다. 202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SSG에 입단한 김민준은 말 그대로 올해 프로에 뛰어든 ‘순수 신인’이다. 어깨 부상으로 출발이 늦어 6월에야 1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SSG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24일 삼성전까지 15경기에서 79이닝을 던져 7승3패, 평균자책점 3.65, 62탈삼진, 퀄리티스타트 8회를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 상승세가 강렬했다. 7월23일 롯데전을 시작으로 8경기 가운데 7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며 고졸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을 보여줬다. 빠른 공의 위력뿐 아니라 변화구와 제구, 경기 운영에서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뒤늦게 출발하고도 7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시즌을 정상적으로 시작했다면 두 자릿수 승리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4일 삼성전은 김민준에게 아쉬웠다. 개인 최다인 102구를 던지며 6.1이닝을 책임졌지만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 패배로 현실적으로 기대를 모았던 고졸 신인 10승 도전은 무산됐다. 그럼에도 데뷔 첫해 선발로 79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신인왕 경쟁력이다. 특히 허인서가 최근 주춤한 사이 김민준이 계속 호투를 이어간다면 막판 표심이 움직일 여지는 남아 있다.
문정빈도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드래프트 8라운드 전체 77순위였던 문정빈은 올 시즌 LG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78경기에서 타율 0.256, 17홈런, 59타점, OPS 0.873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17개의 홈런을 때렸다는 점만으로도 장타력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신인왕 경쟁만 놓고 보면 허인서와 김민준보다 한 걸음 뒤에 있다. 79경기 출전에 그쳐 허인서와 누적 기록의 차이가 크고, 폭발적인 장타력과 달리 타격의 기복도 있었다. 9월 한때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지며 상승세가 꺾인 것도 아쉽다. 남은 기간 강렬한 몰아치기가 필요하다.
결국 막판 신인왕 레이스는 ‘꾸준함의 허인서’와 ‘폭발적인 추격자 김민준’의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허인서는 주전 포수로 한 시즌을 완주하며 확보한 기록의 무게가 있고, 김민준은 고졸 신인이 데뷔 첫해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했다는 희소성이 있다. 문정빈은 장타라는 확실한 무기를 앞세워 마지막 반전을 노린다.
허인서가 남은 경기에서 20홈런 고지를 밟으며 굳히기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김민준이 마지막 등판들에서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겨 판도를 뒤흔들 것인가. 2026 KBO리그의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또 하나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