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하시=권준영 기자] 한가위 한일전에서 한국 야구가 일본 사회인야구 대표팀에 무릎을 꿇었다. KBO리그 1군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이 프로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일본에 0-5로 패하면서 금메달 5연패 도전에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완패했다.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한 뒤 맞은 이번 대회 첫 패배다.
양 팀의 선수 구성은 뚜렷하게 달랐다. 한국은 KBO리그 1군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린 반면 일본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막상 맞붙은 승부에서는 일본의 좌완 히구치 신이 한국 타선의 흐름을 완전히 끊었다. 히구치는 7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김주원은 타석에서 직접 경험한 히구치의 강점으로 제구력을 꼽았다. 그는 “제구가 확실히 좋다는 걸 느꼈다”며 “바깥쪽이나 몸쪽,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공을 자유자재로 편하게 던지는 투수여서 타자들이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원은 히구치의 기량을 사회인야구라는 소속만으로 평가하기도 어려웠다고 봤다. “KBO에 와서도 충분히 잘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류 감독도 히구치를 모르고 당한 것은 아니었다. 전력분석 과정에서 일본의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로 분류했고, 대만과 일본의 주축 투수들이 좌완이라는 점까지 고려해 대비했다.
류 감독은 “전력분석팀과 제가 일본에 가서 전력 분석을 할 때 가장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히구치라는 부분을 알고 있었다”며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는데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흐름을 내줬다. 3회 일본의 선취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김주원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일본은 6회에도 2점을 보태며 격차를 벌렸다. 한국은 끝내 득점하지 못하면서 영패를 당했다.
한일전 패배로 결승행 계산도 복잡해졌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꺾은 결과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올라왔지만 일본전에서 지면서 1승1패가 됐다. 일본은 2승이다.
한국은 26일 중국전에서 승리하면 2승1패가 돼 결승 진출을 확정한다. 일본-대만전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2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 패하면 대만-일본전 결과까지 따져야 한다.
TQB(Team's Quality Balance)는 동률 팀 간 득점을 공격 이닝으로 나눈 값에서 실점을 수비 이닝으로 나눈 값을 뺀 수치다. 동률 팀 간 승패로 순위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TQB가 높은 팀이 상위에 오르는 방식이다.
류 감독은 애초 일본전 승리로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는 구상이었다고 밝혔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경우의 수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꼭 한일전에서 승리하면서 결승 진출을 확정한 다음 결승전에 맞게 준비하려고 했는데 생각지 않은 패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과 결승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다음 경기부터 잡겠다는 게 류 감독의 입장이다. 그는 “지금은 일본 결승전까지 생각해 보는 게 아니다”라며 “일단 내일부터 저희들이 승리하는 데 준비하겠다”고 했다.
선수단도 패배 직후 분위기를 추슬렀다. 김주원은 “오늘 경기 졌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 내일 다시 해보면 더 할 수 있으니까 분위기 너무 처지지 말고 다시 준비 잘해가지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다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