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체부 고위직 25명, 취업심사 없이 유관기관行

부이사관 이상 25명…27명 중 15명은 퇴직 당월 유관기관 재취업
대한축구협회·도핑방지위부터 국립발레단·오페라단까지 주요 보직 이동
문체부 “당시 취업심사 대상기관 아니었다”…현재는 소관 유관기관 41곳 지정
김재원 의원, 체육·저작권단체 포함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발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퇴직공직자 27명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국립예술단체와 문화·체육 유관기관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부이사관 이상 출신이 25명으로 전체의 92.6%를 차지했고, 27명 모두 취업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세계일보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문체부로부터 입수한 ‘퇴직공직자 주요 유관단체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 문체부 퇴직공직자 27명이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한국문학관, 국립합창단, 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한축구협회(KFA),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등 문화·체육 분야 주요 기관과 단체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김재원 의원실 제공.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퇴직 당시 직급은 부이사관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직 고위공무원 6명, 차관 2명, 서기관 2명이었다. 재취업 후에는 사무국장과 사무총장, 사무처장, 상임이사, 기관장, 부회장 등 조직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27명 가운데 15명은 퇴직한 달에 곧바로 유관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직 당월 재취업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사무총장으로 재취업한 엄모씨는 부이사관으로 퇴직한 2023년 8월 같은 달 취임했다. 최모씨도 부이사관으로 2026년 8월 퇴직한 뒤 같은 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사무총장에 올랐다.

 

국립합창단 사무국장으로 간 국모씨 역시 2022년 7월 퇴직과 취업이 같은 달 이뤄졌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박모씨와 안모씨,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강모씨와 표모씨,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전모씨, 국립한국문학관의 윤모씨,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한모씨 등도 퇴직 직후 유관기관에 합류했다.

 

재취업 기관은 문화예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에는 문체부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 김모씨와 차관 출신 김모씨 등 2명이 각각 비상임 부회장과 상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 모두 현재는 재직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도 부이사관 출신 김모씨가 2021년 6월 상임이사로,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 김모씨가 2024년 11월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이 가운데 후자는 현재도 재직 중이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에는 부이사관 출신 안모씨가 2025년 4월 사무처장으로 취임했다.

 

국립예술단체와 문화기관에서도 문체부 출신 인사들의 이동이 확인됐다. 국립발레단에는 부이사관 출신 이모씨가 2021년 9월 사무국장으로 취임했으며 현재는 퇴직했다. 국립오페라단에는 부이사관 출신 신모씨와 최모씨가 각각 사무국장으로 취임했고, 신모씨는 현재 재직 중이다.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으로 취임한 윤모씨 역시 현재 재직 중이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는 부이사관 출신 서모씨가 2021년 9월 사무처장으로 취임했으며 현재는 퇴직했다. 부이사관 출신 이모씨는 2026년 6월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현재 재직 중이다. 재단법인 국립문화공간재단에는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 우모씨가 2025년 5월 기관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비상임 직위로 이동한 사례도 있다.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 박모씨와 신모씨는 각각 2025년 5월 국립현대무용단 비상임 이사로 취임해 현재 재직 중이다. 차관 출신 곽모씨는 2024년 1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비상임 이사로 취임했으나 현재는 재직하지 않는다.

 

문체부 퇴직공직자들의 취업심사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상기 기관은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 고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취업심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취업심사대상기관 지정과 관련해 공직자윤리법 제17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를 근거로 들었다. 매년 인사혁신처가 관련 요건을 검토해 취업심사대상기관을 고시하며, 이번에 확인된 기관들은 각 퇴직자의 취업 당시 법령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돼 대상기관으로 고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또 2026년 현재 소관 협회 등 41개 기관이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 지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 명단에 포함됐으며, 지정일은 2026년 8월 21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자료는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의 재취업 사례를 담고 있어 현재의 지정 현황과 각 인사의 재취업 당시 지정 여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퇴직 시점과 재취업 시기에 대해 문체부는 “문체부 퇴직자의 재취업 시기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영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퇴직 당월 재취업 15건에 대해서도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는 취지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제기되는 쟁점은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자체가 아니라, 감독부처 출신 인사가 업무상 밀접한 유관단체의 주요 직위로 이동할 때 업무 관련성과 이해충돌 여부를 사전에 살필 제도가 작동했는지에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김재원 의원실 제공

김재원 의원은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핵심은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자체가 아니라, 문체부와 밀접한 유관단체로 이동하면서도 업무 관련성과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심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제도는 퇴직공직자를 통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인데, 정작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주요 단체가 제도 밖에 있다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와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체육·저작권단체를 취업심사대상기관에 포함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감독부처 공직자가 퇴직 후 밀접한 유관단체로 이동하는 경우 최소한 업무 관련성과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해 취업심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자료만으로 개별 재취업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에 해당했는지, 또는 특정 인사와 기관 사이에 부적절한 직무 관련성이 있었는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체부가 제출한 자료 역시 해당 기관들이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 고시되지 않아 취업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과 재취업 현황을 담고 있을 뿐이다.

 

문체부는 제도 관리와 관련해 소관 협회 등에 대한 취업심사대상기관 요건 충족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락된 기관이 없도록 재점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