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빵이 과자가 되고, 스틱형 요거트가 아이스크림으로 바뀐다. 카페에서 마시던 라테와 밀크티 맛은 과자에 들어간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기존 제품이나 인기 메뉴를 다른 제품군으로 옮겨 새롭게 선보이는 신제품이 잇따르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대신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의 맛과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형태와 식감을 바꾸는 방식이다.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아는 맛을 색다른 형태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디저트와 커피, 빵과 스낵,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처럼 제품군 간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스프레소는 지난 8일 북미의 대표적인 가을 디저트 ‘애플 크리스프’에서 영감을 얻은 시즌 한정 제품 ‘시나몬 애플 크리스프향 커피’를 출시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산 아라비카 원두를 블렌딩하고 시나몬과 구운 사과, 페이스트리 풍미를 더했다. 애플 크리스프의 특징을 디저트가 아닌 커피 한 잔에 담은 셈이다.
우유와 시나몬롤 시럽을 더하면 ‘시나몬롤 애플 크리스프 라테’로도 즐길 수 있다. 디저트에서 가져온 맛을 커피로 옮긴 뒤 다시 라테 메뉴로 확장한 구성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일본 디저트 브랜드 도쿄바나나와 손잡고 9월 이달의 맛 ‘도쿄바나나 크렘브륄레’를 선보였다.
도쿄바나나의 인기 제품 ‘브륄레 타르트’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 바나나 아이스크림에 프랄린 슈가 리본과 바나나 퓨레 리본 등을 더하고, 브륄레 크런치와 브레드 큐브를 활용해 원작 디저트의 맛과 식감을 아이스크림으로 옮겼다.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케이크로도 영역을 넓혔다. 배스킨라빈스는 같은 협업을 통해 ‘도쿄바나나 바삭 브륄레’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내놨다. 하나의 인기 디저트를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등 여러 제품군으로 확장한 사례다.
삼립은 1964년 출시된 ‘정통크림빵’을 비스킷 샌드로 바꾼 ‘정통크림빵 씬샌드’를 지난달 출시했다.
정통크림빵을 상징하는 크림 맛과 구멍이 뚫린 외형을 크래커에 적용했다. 빵 대신 3.2㎜ 두께의 얇은 크래커를 사용해 바삭한 식감을 살리고, 크림에는 공기를 넣는 에어레이션 공법을 적용했다.
60년 넘게 판매한 대표 빵을 스낵 제품군으로 옮기면서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는 유지하고 먹는 방식은 완전히 바꾼 것이다.
해태제과는 이달 ‘가을 카페 에디션’ 4종을 한정 출시했다.
맛동산에는 밤라테, 샌드에이스에는 크림라테, 자유시간에는 로열밀크티를 접목했다. 오예스에는 얼그레이와 초콜릿을 결합한 ‘베이크하우스 얼그레이&쇼콜라맛’을 적용했다. 카페에서 접하던 음료와 디저트의 맛을 장수 과자에 옮긴 것이다.
특히 이번 제품들은 평균 출시 연령이 수십년에 이르는 기존 브랜드를 활용했다. 완전히 새로운 과자를 내놓기보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맛동산과 에이스, 자유시간, 오예스에 카페 메뉴를 결합해 변화를 줬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대표 스테디셀러 ‘짜요짜요’를 아이스크림으로 바꿨다.
지난 7월 출시한 ‘왕짜요짜요 아이스크림’은 2000년 출시된 스틱형 요거트 짜요짜요의 맛을 펜슬 타입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딸기맛과 포도맛 2종으로, 기존 짜요짜요의 새콤달콤한 요거트 풍미에 얼음 알갱이와 젤리를 더했다. 용량도 기존 짜요짜요보다 3배 늘렸다.
기존 제품을 다른 식품군으로 옮기는 시도는 제과업계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올해 롯데웰푸드는 호두과자를 과자로 변형한 ‘마가렛트 호두과자맛’을 선보였고, 농심은 육포를 스낵으로 만든 ‘육포깡’, 오리온은 부침개에서 착안한 스낵 ‘지지미’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가 이처럼 ‘아는 맛’의 재해석에 나서는 것은 신제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브랜드를 처음부터 알리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기존 제품에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데서 벗어나 제품군 자체를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빵은 과자로, 요거트는 아이스크림으로, 디저트는 커피로 이동하는 식이다. 익숙한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먹는 경험을 만드는 경쟁이 식음료업계의 신제품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