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맞선 카스랑…오비맥주 소주 참전에 소맥 전쟁 불붙는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테이블을 놓고 국내 주류 3사의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테라와 참이슬을 섞은 ‘테슬라’를 앞세워 소주와 맥주를 동시에 공략해온 하이트진로에 국내 맥주 1위 오비맥주가 첫 소주 브랜드 ‘찰랑’을 들고 도전장을 냈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미 새로와 크러시를 함께 보유하고 있어 음식점과 주점에서 소주·맥주를 한꺼번에 파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오는 28일 제로 슈거 소주 찰랑을 공식 출시한다. 2024년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국내에서 처음 내놓는 소주다.

 

찰랑은 제주 동부 화산암반수와 용암해수소금을 사용한 알코올 도수 15도 제품이다. 10월 초부터 서울·수도권 일부 식당과 주점에서 판매하며 서울 용산구 석암생소금구이 용산점을 첫 판매처이자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할 예정이다.

 

오비맥주가 처음부터 마트와 편의점보다 음식점·주점을 먼저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카스를 통해 이미 확보한 유흥시장 영업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음식점에 카스를 공급하면서도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팔리는 소주는 경쟁사 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찰랑이 자리 잡으면 카스와 소주를 한 회사 제품으로 함께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카스와 찰랑을 합친 ‘카스랑’이라는 이름까지 등장했다.

 

오비맥주가 노리는 모델은 이미 있다.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테라와 진로를 잇달아 흥행시키면서 소주와 맥주를 함께 보유한 강점을 극대화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테라와 참이슬을 섞은 ‘테슬라’, 테라와 진로를 섞은 ‘테진아’라는 별칭이 빠르게 퍼졌다.

 

회사에서 처음 만든 명칭은 아니었지만 소비자가 만든 이름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홍보 효과로 이어졌다. 김인규 당시 하이트진로 사장도 2023년 켈리 출시 당시 테슬라와 테진아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새 제품에서도 비슷한 소맥 별칭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맥 조합은 단순한 유행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음식점과 주점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한 테이블에서 함께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두 주종을 모두 보유하면 거래처 영업과 판촉을 묶어 진행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진로와 테라·켈리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누린 강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찰랑 출시 전까지 오비맥주에는 이 연결고리가 없었다. 카스라는 국내 최대 맥주 브랜드를 갖고도 소주 주문은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음료 제품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찰랑이 그 빈칸을 채우는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소맥 경쟁에서 빠질 수 없다.

 

롯데칠성은 2022년 제로 슈거 소주 새로를 출시한 데 이어 2023년 맥주 크러시를 선보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두 제품의 이름을 합친 ‘새러시’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주목할 부분은 크러시가 개발 단계부터 소맥을 염두에 뒀다는 점이다.

 

롯데칠성 측은 크러시 출시 당시 기존 클라우드는 진한 맛 때문에 소맥과 잘 맞지 않는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크러시의 쓴맛과 단맛을 낮추고 탄산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1년2개월 동안 여덟 차례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진도 이후 크러시와 새로의 조합을 직접 소개했다. 새로의 부드러운 끝맛이 크러시와 잘 맞는다며 소맥 비율까지 제시했다. 단순히 두 브랜드를 함께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자체를 섞어 마시는 시장까지 고려한 셈이다.

 

현재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새로를 소주 브랜드로, 클라우드 계열을 맥주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소주시장의 진입 장벽이다.

 

지난해 누적 판매량 기준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66.2%, 롯데칠성음료가 17.6%였다. 두 회사만 합쳐 83.8%에 달한다. 무학 6.0%, 선양소주 2.6%, 금복주 2.5%, 대선주조 2.2%가 뒤를 이었다.

 

소주는 맥주보다 지역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식당에 들어갔을 때 늘 마시던 소주를 다시 주문하는 소비자가 많고, 업소가 어떤 제품을 취급하는지도 판매량을 좌우한다.

 

오비맥주도 이를 의식해 찰랑을 처음부터 전국에 풀지 않는다. 서울·수도권과 제주 일부 음식점·주점을 중심으로 먼저 판매한 뒤 시장 반응을 살필 계획이다. 카스를 통해 확보한 거래처를 찰랑 판매처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초반 성적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제주소주의 실패 사례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푸른밤’을 내놨지만 음식점·주점 영업망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7~2020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에 달했고 결국 2021년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오비맥주는 2024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번에는 조건이 다르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앞세워 이미 전국 음식점과 주점에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찰랑의 승부처는 소주 자체의 인지도뿐 아니라 카스와 얼마나 강하게 묶이느냐에 달려 있다. 하이트진로의 테슬라·테진아, 롯데칠성의 새로·크러시 조합에 이어 ‘카스랑’까지 소비자 입에 붙는다면 맥주에서 시작된 주류 3사의 경쟁은 소주를 넘어 소맥 한 잔을 놓고 벌이는 싸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소비자들이 익숙한 브랜드를 반복해서 찾는 경향이 강하고 음식점과 주점의 취급 여부도 중요해 단기간에 점유율을 바꾸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오비맥주가 카스 영업망을 활용해 찰랑의 초기 입점률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