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만 1500억달러?…‘미운 오리 새끼’였던 솔리다임의 반전 [반도체 투자 리포트]

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증시 상장 추진
기업가치 최대 200조원 거론
이르면 2027년 IPO 검토 한다는데
성사 시 미 반도체 역대 최대 규모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설이 다시 불거졌다. 솔리다임이 2027년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오면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에서 거론되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상장이 성사되면 역대 미국 반도체 기업공개(IPO)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르면 2027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솔리다임은 이번 IPO를 통해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솔리다임 본사 전경. 솔리다임 제공

보도에 의하면 상장 준비는 이미 실무 단계에 들어섰다. 솔리다임은 이번 주 주관사 선정을 위해 투자은행(IB)들을 대상으로 제안서 설명회(베이크오프)를 진행했다. 다만 공모 규모와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초기 검토 단계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서구권의 반도체 대어들을 크게 웃돈다. 2023년 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약 540억달러, 올해 상장한 AI 반도체 팹리스 세레브라스 시스템스는 약 560억달러였다. 솔리다임은 이들의 3배에 가까운 몸값을 노리는 셈이다.

 

솔리다임의 몸값이 치솟은 배경에는 반도체 수요 부족이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고용량 기업용 낸드플래시 SSD(eSSD)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솔리다임이 강점을 가진 QLC(쿼드레벨셀) 기반 고용량 제품이 주목받으면서 실적이 반등했고, 기업가치 평가도 크게 뛴 것이다.

 

미국 내 생산 거점 확충도 상장 추진설에 힘을 싣는다. 로이터는 이달 초 솔리다임이 뉴욕주 등을 후보지로 미국 낸드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독자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별도의 차입 없이 대량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IPO는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앞서 국내 언론에서 약 5조원(36억달러)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추진설이 나오자, SK하이닉스는 지난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측은 이번 보도에 대해 솔리다임은 논평을 거부했고, SK하이닉스는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부를 약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 해 출범시킨 회사다. 인수 초기에는 낸드 업황 부진으로 적자가 이어지며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지만, AI 수요를 타고 반전에 성공했다. 거론되는 최대 기업가치 1500억달러는 인수가의 약 16.7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