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전환, 낙원의 위기…핵심광물 찾아 파고드는 개발의 손길

라자암팟은 인도네시아 동부 파푸아섬 북서쪽에 위치한 군도로 아름다운 해양환경으로 전 세계 스쿠버다이빙 마니아들에게 명소로 손꼽힌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된 이 '지상낙원'에서 땅을 파내는 굉음이 울려퍼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인 니켈을 채굴하는 소음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7월 “보호받지 못하는 낙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생물 다양성 보고“인 라자암팟에서 2곳의 니켈 채굴 허가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기차(EV)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을 얻기 위해 섬의 울창한 밀림을 훼손할 수 있는 신규 니켈 광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라자암팟 바다의 모습.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국내 제련·가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세계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이 핵심적인 투자자이자 생산 주체로 자리 잡았다. 라자암팟에서 채굴된 니켈의 경우도 상당수가 인도네시아 최대 니켈 가공 허브 중 하나인 웨다베이 산업단지에 공급되는데, 이 곳에는 중국 칭산그룹이 투자하고 있다.

 

이미 그린피스를 포함한 국제적 환경단체들을 통해 니켈 채굴로 인한 무분별한 환경 훼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경제 논리로 인해 섬의 훼손은 지속되는 실정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2월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회사의 자회사인 PT 가그니켈이 퇴적물 증가 및 생물 다양성 보호 원칙 미적용과 같은 환경 위험이 발견된 감사에도 불구하고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해 라자암팟을 보호할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라자암팟의 아름다운 섬들을 관광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져있는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도 무분별한 니켈 채굴로 사라져가는 대표적 ‘지상낙원’이다. 150년 이상 니켈을 채굴해온 이곳은 2024년 기준 세계 5위의 니켈 생산지로, 수십 년간 이어진 노천채굴로 인해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에 직면해있다. 프랑스 연구진이 최근 장기간의 채굴로 인해 섬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연구진은 뉴칼레도니아 동부 티오 하구에서 길이 2.26m의 해저 퇴적물 코어를 채취해 약 1000년간의 생태계 변화를 역추적했는데, 니켈 채굴이 기계화된 1950년대 이후 토양 침식과 퇴적물 유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 이후 환경규제가 도입되면서 광산 자체에서 비롯되는 퇴적물 유입은 줄었지만, 유역의 토양 침식에 따른 생태계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전기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니켈의 새로운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채굴 확대가 환경에 어떤 장기적 흔적을 남길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연구다.

 

사이판이 포함돼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북마리아나 제도와 인근 미국령 괌도 이제 글로벌 자원경쟁의 한복판에 놓이면서 ‘낙원’의 면모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핵심 해양 광물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 지역 심해 탐사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내무부 산하 기관인 해양광물관리국(MMA)은 지난 달 북마리아나제도와 괌 연안의 해저 2700만 헥타르에 대한 심해 채굴 임대권을 경매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임대 대상 해역에는 배터리·전자제품·방위 기술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니켈·코발트·망간·구리 등을 포함한 ‘다금속 결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임대권을 확보한 기업은 해저를 탐사하고 향후 개발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2024년 인도네시아 마누람섬의 산림이 광산개발로 파괴된 모습. AP연합뉴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환경단체들의 우려와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심해 채굴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뒤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탐사와 채굴이 이어져야한다는 것이다. 북마리아나 제도 주지사 데이비드 아파탕도 “엄격한 과학적 기초 연구, 완전한 투명성, 그리고 우리 해양 자원에 대한 명확한 보호 조치 없이는 어떠한 활동이나 조사도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해저광물 분야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핵심광물 공급망의 해외 의존을 줄이겠다며 해저 자원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어 환경단체와 주정부 등의 ‘속도조절’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