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종 거부하면서 촉발된 사법·정치권의 충돌이 결국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법부 수장과 행정부 간의 인사 갈등은 이제 여야 정치권의 사활을 건 세력 다툼으로 번지며 정국을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거부 선언 직후부터 전방위적인 맹공을 퍼부으며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조 대법원장을 정조준하며 “조희대는 지금 윤석열이 걸어간 몰락의 길을 한 걸음씩 그대로 밟고 있다. 사법부를 망가뜨린 장본인은 바로 조희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조직의 수장으로서 헌법과 양심에 따르지 않고 외부 정치세력과 손잡고 움직이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정녕 지금 대법원을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손명수 대변인 역시 가세해 “대선 직전 주요 사건을 불과 며칠 만에 파기환송 처리했던 전례에 이어, 이번 대법관 재제청 요구마저 거부한 것은 법복을 입고 노골적으로 정치질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미 200일이 넘도록 대법관 한 자리가 공석으로 방치된 지금, 사법부의 고집스러운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그 피해와 부담은 온전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거듭 경고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이 같은 공세를 ‘사법부 말살 시도’이자 ‘치졸한 보복 정치’로 규정하며 결사 항전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장이 명확한 헌법적 근거가 결여된 재제청 요구를 소신에 따라 거부하자,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내란’ 프레임으로 씌워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난도질하고 대법원 예산 삭감이라는 치졸한 보복까지 예고하고 있다”며 “사법부를 향한 졸렬한 겁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가세해 “합수본 출범에 이어 두 차례의 매머드급 특검까지 동원해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고도, 또다시 ‘내란 특별수사본부’를 띄우겠다고 칼을 빼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 형벌권을 총동원해 사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은 삼권분립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전포고이자 보복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대법관 인사를 둘러싼 이번 파국은 단순한 권력 기관 간의 기싸움을 넘어,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정당성을 두고 벌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친 만큼, 정국의 긴장감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