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춧가루’가 이렇게나 매울 줄이야. 선두 KT가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내고도 최하위 키움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삼성으로선 키움 덕분에 선두 KT와의 승차를 2.5경기 차로 줄이며 선두 탈환의 희망을 조금은 키울 수 있게 됐다.
키움은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KT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5안타를 몰아친 타선과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에이스’ 안우진의 역투를 앞세워 10-1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키움은 6연패를 탈출했다. 반면 선두 KT는 하필 안우진의 등판날에 키움을 만나 일격을 당하며 삼성의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 KT와 삼성이 모두 133경기를 소화한 현재 KT가 80승4무49패, 삼성이 78승3무52패다.
1회부터 키움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가며 KT의 선발 고영표를 괴롭혔다. 톱타자 추재현과 맷 데이비슨의 연속 안타와 1사 후 김웅빈의 볼넷까지 엮어 만루 기회를 잡았고, 박찬혁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여기까지는 허용할 수 있는 점수였지만, 3회 김웅빈의 대포 한 방이 고영표를 무너뜨렸다. 선두타자 데이비슨의 안타 후 히우라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웅빈이 분연히 나섰다. 고영표가 올 시즌 들어 ABS존 공략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하이존의 투심이 연달아 세 개가 들어왔고, 볼 카운트 0B-2S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3구 연속 같은 공을 보자 익숙해졌을까. 김웅빈의 방망이가 크게 돌았다. 높은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투런 아치가 됐다.
이후 고영표가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면서 3-0 리드가 오래 유지되던 경기는 후반들어 키움 타선의 맹폭으로 일방적인 양상으로 변했다. 7회 고영표로부터 마운드를 물려받은 우규민을 상대로 1사 후 데이비슨이 가운데 담장을 넘긴느 솔로포를 터뜨렸고, 케스턴 히우라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백투백 홈런을 쏘아올렸다. KT로선 여기에서 추격의지가 확 꺾였다.
키움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김웅빈의 볼넷과 박찬혁의 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어준서의 적시타와 김재현의 땅볼 타점까지 나와 7-0까지 달아났다.
키움은 8회에도 추가점을 내며 일말의 가능성도 허용하지 않았다. 바뀐 투수 주권으로부터 1사 만루 기회를 만든 뒤 김웅빈이 밀어내기 볼넷, 박찬혁이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두 자릿수 득점 경기를 만들어냈다.
영봉패 위기에서 KT는 8회 힐리어드가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하며 영봉패는 막아냈다. 이 타점으로 힐리어드는 시즌 123타점을 올리며 이날 침묵한 LG의 오스틴(122타점)을 제치고 타점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키움의 토종 에이스 안우진도 150km 후반대까지 찍히는 포심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KT 타선을 요리했다. 6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2개였다. 4사구를 4개를 내주긴 했으나 탈삼진 7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해 시즌 4승(8패)째를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45까지 낮췄다.
KT 선발 고영표는 ‘고퀄스’라는 별명답게 5이닝 동안 7피안타 4사구 2개 9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팀 타선의 침묵 속에 시즌 7패(13승)째를 당했다. 이날 승리했다면 14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있는 임찬규(LG), 최민석(두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지만, 돌아온 결과는 패전이었다.이날 경기 결과를 가장 기쁘게 바라본 건 삼성이었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삼성은 선두 KT의 패배뿐만 아니라 3위 LG도 KIA에 1-5로 패하면서 선두는 추격하고 3위의 추격은 뿌리치는 결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