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수박 한 통을 사더라도 집에 가져가 직접 자르는 대신 매장에서 손질을 맡기고, 편의점에서는 한두 번 먹을 만큼만 담긴 컵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올해 1~8월 과일 손질 서비스 ‘이지프레시’ 이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청과 매출 증가율은 15%였다. 과일을 구매하면 손질은 무료이고, 포장용기 비용으로 2000원 안팎을 받는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등 5개 점포에서 수박·멜론·파인애플 등을 손질해준다. 수박 즉석 커팅 서비스 이용객도 올해 들어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같은 기간 손질 과일 매출이 58% 늘었다. 전체 과일 매출 증가율 20.6%보다 훨씬 빠르다. 현대백화점도 ‘프레시 테이블’을 통해 과일과 채소 세척·손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박처럼 크고 손질하기 번거로운 과일뿐 아니라 사과와 배 등으로 서비스 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손질 과일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가구원 수 감소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2인가구는 29.0%다. 둘을 합하면 65.1%로, 세 가구 중 두 가구가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이 많을 때는 수박이나 멜론 한 통을 사도 금세 먹을 수 있었지만 1~2인 가구에는 얘기가 다르다. 먹고 남은 과일을 보관해야 하고 두꺼운 껍질도 직접 처리해야 한다. 통째로 사는 가격이 싸더라도 다 먹지 못하면 오히려 낭비가 될 수 있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8월 수도권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농식품 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 62.0%가 상자 단위 대용량 과일 구매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포장·소용량 신선과일 구매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49.5%였다.
이런 변화는 편의점에서 더 선명하다.
GS25의 올해 1~8월 손질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과일 매출 증가율은 20.3%였다. 컵과일과 조각수박뿐 아니라 사과와 땅콩버터를 함께 구성한 상품, 파우치형 조각과일 등으로 판매 형태도 다양해졌다.
CU도 올해 1~8월 컵과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32.6% 늘었다. 전체 과일 매출 증가율 27.2%보다 높다. CU는 지난해 말부터 손질한 제철 과일을 판매하는 생과일 키오스크도 점포에 도입하고 있다.
백화점과 편의점의 판매 방식은 다르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비슷하다. 백화점에서는 과일 한 통을 사더라도 손질하는 시간을 줄이고, 편의점에서는 처음부터 먹을 만큼만 산다.
과거 과일 매대의 경쟁력이 크기와 당도, 가격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느냐’도 구매 기준이 된 셈이다.
특히 손질 과일 매출과 서비스 이용 증가율이 각 업체의 전체 과일 매출 증가율을 웃돈다는 점은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과일만 사는 게 아니라 과일을 씻고 자르고 남은 것을 처리하는 수고까지 함께 줄이고 있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과일을 통째로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한 통을 팔고 손질해주거나, 처음부터 한두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눠 파는 방식이 새로운 경쟁 영역이 되고 있다.
다만 편의성이 높아질수록 개별 포장에 쓰이는 용기도 늘어난다. 손질·소포장 수요가 계속 커진다면 유통업체로서는 편리함뿐 아니라 포장재를 얼마나 줄일지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