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도 日, 노동자 강제 동원 인정 안 해 한·일 추도식 3년째 따로 열려 아시오광산 등재 땐 전략 필요
일본 니가타현에 사도라는 섬이 있다. 카페리로 2시간30분을 가야 하고 내부 대중교통 체계도 미비한 곳이지만 최근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2024년 관광객은 28만261명으로 전년 대비 17.6% 늘었고, 지난해엔 13.9% 더 증가한 31만9227명이 이곳을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효과다.
사도섬은 일제강점기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 스스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위험한 갱내 작업에 종사한 비율이 높았고, 한 달 평균 28일을 일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인정했다.
유태영 도쿄 특파원
우리 정부는 애초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2015년 이른바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등 23곳의 근대산업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당시의 선례가 있어서였다. 일본은 강제노동 사실을 포함한 산업유산의 ‘전체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산업유산을 소개하기 위해 도쿄 신주쿠구에 설치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오히려 조선인 학대나 차별은 없었다고 강변하는 전시물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사도광산의 등재에 동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 외교부는 당시 일본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도광산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그에 힘입어 관광객도 증가했다. 하지만 추도식은 3년째 한·일이 따로따로다. 전체 역사에 대한 해석, 추도식 제목 등에 대한 한·일의 입장차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출신 노동자 동원의 강제성 표현을 두고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최한 추도식에는 ‘사도섬의 금산(광산) 추도식’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누구를, 무엇을 위해 추도한다는 것인지 모호했다. 현지 방송들은 빈 좌석을 비추며 ‘한국은 3년 연속 결석’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추도식 파행은 사실 예견된 결과다. 2021년 4월 일본유신회 소속 바바 노부유키 중의원(하원) 의원은 정부에 이런 질문을 했다. “종전 전 한반도에서 노동자로 본토에 온 사람 중에는 본인 의지로 결정한 사람도 있고 다양한 경위가 있는데 일괄적으로 ‘강제 연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본토 일본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 징용과 ‘강제 연행’을 혼동하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 생각은 어떤가.”
스가 요시히데 당시 내각은 각의를 거쳐 이런 답변을 내놨다. “한반도 출신의 이주 경위는 다양하며 이들을 ‘강제 연행’됐다고 일괄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으로 징용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들 법령에 의해 시행된 것임이 명확해지도록 ‘징용’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
자발적으로 온 사람도 있으니 강제 연행으로 묶기 어려우며, 전쟁 당시 한반도에서 노동자를 끌고 온 것 역시 강제동원이 아닌 식민지 주민에 대한 합법적 법령의 집행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애초 사도광산 등재 신청을 할 때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8년)로 한정해 논란을 피하려 했던 일본이 이제는 전체 역사를 ‘강제동원이 없는 역사’로 둔갑시킨 셈이다.
이는 그대로 일본 정부 입장이 됐고 교과서 검정 기준에도 반영돼 일본의 역사 교과서에서 가해 역사 서술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일본은 이제 도치기현 아시오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아직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제출하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역사 왜곡을 주도하는 가토 고코 산업유산정보센터장이 현지 강연에서 아시오광산의 등재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일본이 아시오광산 등재를 정식으로 추진할 때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이전처럼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는 약속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구체적인 문구와 이행 방안까지 확인할 것인가. 사도광산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