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환율 하락과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 등 대외 악재를 딛고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면서 두 회사 모두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고, SK하이닉스는 8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204조5704억원, 영업이익은 110조57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00억원)의 2.5배를 웃도는 규모다. 예상대로 3분기 실적이 나온다면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257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연초 목표로 제시됐던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도 거뜬히 넘길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환율 하락 효과를 상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분석결과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은 전 분기보다 각각 13∼18%, 10∼15%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도 반도체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앤트로픽을 중심으로 인류 안전을 위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메모리 최대 소비자인 AI 소프트웨어 기업이 직접 속도 조절론을 들고 나오자, 반도체 수요가 줄 것이란 위기감이 시장을 엄습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AI 개발사들이 속도조절론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조절론은 힘을 잃었고, 반도체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당국이 속도조절론을 일축하고 개발 경쟁을 부추기면서 AI 패권 경쟁에는 더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덩달아 메모리를 원하는 수요도 폭주하고 있다. 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DDR5와 LPDDR5X 같은 범용 D램, 서버 구축에 필요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다른 메모리의 수요도 폭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세계 메모리 시장 3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재고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 흐름이 계속됨에 따라 당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내다본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2027∼2028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