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완성차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BYD가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진입한 가운데 독일 브랜드들은 신차와 가격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국산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국산 배터리가 늘면서 부품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2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6만80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0.7% 감소했다. 자동차 시장 전반이 주춤한 상황에서 전기차 수요는 크게 늘어난 셈이다.
특히 중국 업체의 국내 판매가 빠르게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YD는 올해 1∼8월 국내에서 1만7523대를 팔았다. 지난달에만 3002대가 판매되며 테슬라와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다. BYD의 지난달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0.1%로 단시간에 급격히 늘었다. BYD는 아토3에 이어 전기 세단 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씨라이언7, 소형 해치백 돌핀 등으로 차종을 늘렸다.
중국 브랜드의 공략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중형 SUV ‘7X’를 앞세워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5000만∼7000만원대 가격을 책정해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까지 겨냥했다.
기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해 온 독일 브랜드들도 전기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BMW는 올해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신형 iX3를 국내에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전기 세단 CLA의 시작 가격을 5290만원으로 책정하고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고객 인도는 올해 4분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독일계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셰도 ‘타이칸’과 ‘마칸’을 중심으로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경형 캐스퍼 일렉트릭부터 아이오닉 5·6, 대형 SUV 아이오닉 9까지 차급별 모델을 갖췄다. 기아는 EV3·EV4로 대중형 수요를, EV5로 SUV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목적기반차량(PBV)인 PV5를 통해 상용 전기차 시장에도 힘을 싣고 있다.
전기차 경쟁은 배터리 부문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전기차 약 10대 중 4대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배터리가 적용된 기아 EV5는 지난달 3146대, 목적기반차량(PBV)인 PV5는 1744대가 팔렸다.
기아가 공개한 차종별 배터리 정보에 따르면 EV5와 PV5는 중국 CATL의 배터리 셀을 사용한다. EV3·EV4에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제품이, EV6·EV9에는 SK온 제품이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성능을 고려해 한국산과 중국산 배터리를 함께 쓰는 차종이 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 업체들의 공급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