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회동을 두고 실질적 내용이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 미국 측 핵심 관심사인 희토류는 중국 측 발표에서 빠졌고, 인공지능(AI) 역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발표하지 못하는 등 핵심 현안에서 적지 않은 온도 차가 확인됐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팩트시트를 통해 회담 결과를 내놨고, 중국 측도 회담 결과를 8개항으로 발표했다.
양측은 300억달러(약 40조8000억원)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해 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과 양국 무역위원회 및 투자위원회가 가동된 점을 공통으로 성과로 제시했다. 중국 발표에서 추가 내용은 없었던 반면, 백악관은 농산물, 화장품, 소형가전, 석탄 등 구체적인 품목을 언급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양측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부족에 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적정한 수준의 공급량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중국이 발표한 회담 성과에는 희토류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공급망 마비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을 중국과의 관계 회복의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양측은 AI 분야에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AI 대신 ‘슈퍼지능’(SI)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양국이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고 관련 사건에 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기존의 AI 표현을 사용했다. 공동 연구나 공동 규범 마련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협력 방안은 양측 결과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앞서 24일 환영식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AI 개발 가속화를 언급한 반면 시 주석은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견해차도 드러냈다. AI 관련 차기 대화는 11월에 개최될 예정으로,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회의를 계기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측은 24일 정상회담 뒤 정식 발표가 있기 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가 통일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거듭 못 박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넘어설 안 될 ‘레드 라인’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관련 발언을 피했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와 국제 수로 통항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데 두 정상이 뜻을 같이했다고 양측이 밝혔다. 호르무즈해협 통항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다만 중국의 대이란 군사·경제 지원 중단 등 구체적인 조치는 발표된 합의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정책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중국 정부가 따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원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대화를 시 주석과 나눴는지가 관심사지만, 양측 모두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발표를 내놓지는 않았다. 양측은 러시아, 중동 등 여러 국제 현안 중 하나로 북한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공식 발표에서 백악관은 북한, 중국은 한반도라는 표현을 써 차이를 보였다.
백악관 팩트시트에 ‘한반도 비핵화’ 내용도 없었는데,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일 수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월 선전 에이펙 정상회의,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올해 두 번 더 만날 계기가 남아 있다. 미해결 의제는 이 회의들을 계기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동에 대해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AP통신에 “외교(diplomacy)와 오락(entertainment)을 합친 ‘디플로테인먼트’”라며 “미·중 관계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펙 회담 때는 한층 강한 시 주석을 대면하게 될”이라며 “중국은 회담 의제 선정과 주제 선택에 더 자율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