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치즈는 공장이 아니라 산골 성당 벨기에에서 온 신부가 키우던 산양 젖에서 탄생했다. 임실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28일 군에 따르면 2026 임실N치즈축제가 오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임실치즈마을, 임실읍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12회째를 맞이한 축제는 10개 테마에 6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 산골 성당 신부는 왜 치즈를 만들었나
한국에서 처음 치즈를 만든 건 벨기에에서 태어난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르스테번스) 신부다. 그는 1958년 사제 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에 왔다.
그가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을 때 그곳은 농사만으로는 살기 어려운 산골이었다.
지 신부가 택한 길이 치즈였다. 1966년 산양협동조합을 세웠고 이듬해 산양 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축제 제전위원회에 따르면 1967년을 임실치즈 개발 성공의 해로 적고 있다.
하지만 첫 개발에 성공했을 뿐 완벽한 치즈의 탄생은 아니었다. 지 신부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유럽의 치즈 장인을 직접 찾아가 제조 기술을 배워 와 주민들에게 전수했다.
이후 1968년 임실치즈공장을 세우고 치즈를 묵히는 숙성동굴을 팠다. 같은 해 까망베르, 이듬해 정환 치즈, 1970년 체다, 1972년 모짜렐라로 품목이 늘었고 그해 조선호텔 납품이 성사되면서 대한민국의 첫 치즈로서 입지를 다졌다.
◆ “누구를 위해서 한 것은 없다”
지 신부는 1983년 다발성경화증 치료를 위해 한국을 떠났다가 이듬해 돌아왔다. 그 뒤로는 치즈가 아니라 사람 곁에 섰다.
지 신부는 전북 완주에 중증장애인 재활센터 ‘무지개의 집’을 세웠고 2009년에는 ‘무지개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2016년 법무부는 그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치즈공장을 세워 지역경제를 일으킨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았다.
말년에 축제장인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자주 찾았던 그는 “누구를 위해서 한 것은 없다. 단지 그들과 함께 한 것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지 신부는 2019년 4월 선종했다. 정부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 올해 개막식은 처음으로 읍내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 개막식 ‘여는치즈’는 10월 8일 오후 6시 임실읍 임실시장 무대에서 열린다. 이어 개막 축하공연과 드론쇼가 이어진다.
임실군은 “개막식을 임실읍 시내에서 여는 것이 축제가 시작된 뒤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 신부의 자취를 따라가는 ‘임실읍 치즈이야기’도 축제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성가리의 최초 치즈공장과 최초 임실치즈 토굴, 그가 치즈를 연구하던 임실성당 사제관, 임실시장 등 세 곳이다.
임실성당에서는 나흘 내내 오전 10시부터 음악여행과 스탬프 투어, 전통놀이가 이어지고 낮 12시30분부터 30분간 치즈 늘리기 체험이 열린다.
9일과 10일 저녁 6시에는 같은 자리에 ‘치즈 헤리티즈(지정환) 더 파더스 그랜드 테이블’이 차려진다.
◆ 가서 무엇을 하나
손으로 하는 체험이 축제의 중심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치즈를 함께 잡아 늘리는 ‘쭉쭉늘려 내 치즈 만들기’와 ‘임실N치즈 쌀 피자 만들기’, 숙성치즈로 만든 ‘디저트 퐁뒤 체험’ 세 가지다.
치즈 늘리기는 테마파크와 임실성당, 시계탑광장에서 나흘 내내 여러 차례 돌아간다. 10일 오후 1시에는 메인무대에서 ‘쭉쭉늘려 내치즈(2천미터)’가 열린다.
올해 새로 넣은 것은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으로 발을 담그는 ‘유청 족욕 힐링체험’이다. 8·9·11일 시계탑광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공연은 저녁으로 갈수록 두꺼워진다. 9일 저녁 6시30분 메인무대에는 국가무형유산인 임실필봉농악의 ‘만남’이 오르고, 10일 시계탑광장에서는 2026 대한민국 농악축제가 하루 종일 펼쳐진다.
맛을 겨루는 자리도 있다. 제13회 임실치즈품평회 선호도 평가는 8일 오후 1시와 3시 역사문화관에서 각각 선착순 50명씩 모두 100명을 받는다.
아이와 함께라면 에어바운스와 포토존을 둔 ‘행복팡팡 키즈랜드’,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고 젖을 짜 보는 낙농체험, 롤러 미끄럼틀이 있는 ‘바람의 언덕’이 있다.
◆ 해가 지면 아름다운 조명이
한편 낮에 움직였다면 저녁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다. 9일과 10일 저녁 6시부터 분수광장에 ‘임실N치즈&와인 나이트 라운지’가 서고, 같은 시각 시계탑광장에서는 ‘임실N치즈 야시장’ 공연이 열린다.
8일 저녁 6시 메인무대의 ‘치즈N 비트나이트’와 밤 동안 이어지는 야간 경관 조명도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