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9월 아일랜드 더블린 북부의 한 학교 게시판에 ‘드러머가 밴드를 결성할 뮤지션을 찾습니다’라는 손글씨 메모가 붙었다. 이 메모 한 장에서 출발한 록 밴드 U2가 결성 50주년을 맞아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내놓는다.
28일 유니버설뮤직에 따르면 U2는 11월 13일(현지시간) 열여섯 번째 정규앨범 ‘카르나발 데 루스’를 발매한다. 신곡으로 채운 정규앨범은 2017년 ‘송스 오브 익스피리언스’ 이후 처음이다. 앨범 마지막 곡에는 지난달 세상을 떠난 ‘컨트리 음악의 여왕’ 돌리 파튼의 생전 마지막 노래가 실렸다.
메모를 붙인 이는 당시 14살이던 드러머 래리 멀린 주니어였다. 1976년 9월 25일 더블린의 멀린 집 부엌에서 첫 합주가 열렸고, 훗날 U2의 네 멤버가 될 보노·디 엣지·애덤 클레이턴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피드백’, ‘더 하이프’라는 이름을 거쳐 1978년 U2가 된 이들은 1980년 첫 앨범 ‘보이’를 냈다. 1983년 ‘워’로 처음 영국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고, 1987년 ‘더 조슈아 트리’로 이듬해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거머쥐며 세계 최정상 밴드가 됐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 ‘원’은 록의 고전으로 남았다. 1991년 ‘악퉁 베이비’에서는 전자음을 대거 끌어들이며 스스로 쌓은 문법을 허물었다. 보노가 아프리카 빈곤·에이즈 퇴치 운동의 얼굴로 나서는 등 무대 밖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정규앨범 15장을 내 전 세계에서 1억7500만장을 팔았고, 그래미상을 22차례 받았다. 2005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 공연은 결성 43년 만인 2019년 12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무대가 유일하다.
U2의 결성 50주년은 원년 멤버 네 명이 반세기 동안 그대로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수익을 넷이 똑같이 나눈다는 초창기 원칙이 이 결속을 떠받쳤다.
U2는 첫 합주 50년이 되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더블린에서 두 차례 깜짝 공연을 열었다. 오후 2시 모교 마운트 템플 종합학교 운동장의 작은 무대에 올라 학생·교직원 약 1000명 앞에서 연주했다. 1978년 마지막으로 공연했던 바로 그 자리다. 몇 시간 뒤에는 번화가 그래프턴 스트리트의 오래된 카페 뷰리스 발코니로 무대를 옮겼다. 수천명이 거리를 메운 가운데 ‘원’,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 ‘뷰티풀 데이’와 신곡 ‘실렌시오’를 불렀다.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아일랜드 가수 글렌 핸사드를 기려 영화 ‘원스’의 주제곡 ‘폴링 슬로울리’도 들려줬다. 2023년 목·허리 수술 이후 무대를 떠나 있던 래리 멀린 주니어가 복귀한 공연이기도 했다.
새 앨범은 2004년부터 U2와 호흡을 맞춰 온 잭나이프 리가 프로듀싱을 맡았고 모두 12곡이 실렸다. 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빛의 카니발’이라는 제목처럼 영성·우정·자유, 그리고 어둠에 맞서 버티는 힘을 노래한다. 선공개곡 ‘실렌시오’는 2분35초 동안 초기 서프 펑크의 거침없는 에너지를 쏟아낸다. 지난 7월 공개한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에 이은 두 번째 싱글이다.
오랜 조력자들도 다시 모였다. ‘더 조슈아 트리’와 ‘악퉁 베이비’를 함께 빚은 브라이언 이노와 다니엘 라누아가 합류했다. 이노는 첫 곡 ‘고(카르나발 데 루스)’와 ‘더 그레이티스트 쇼 온 어스’, ‘캔트 스톱 어스 나우’의 공동 작곡과 신시사이저 연주를, 라누아는 ‘톤’의 페달 스틸 기타 연주를 맡았다. 네덜란드 DJ 마틴 개릭스는 ‘글로리파이’ 공동 작곡에, 원리퍼블릭의 라이언 테더는 ‘실렌시오’ 추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앨범을 닫는 ‘톤’은 보노와 돌리 파튼의 듀엣곡이다. 파튼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짧은 암 투병 끝에 80세로 세상을 떠났고, 이 곡은 그의 마지막 보컬 녹음으로 남았다. U2와 파튼, 스노 패트롤의 조니 맥대이드가 함께 썼다. 끊어진 가족 관계를 다룬 서정적인 컨트리 곡으로, 더블린 기자 청음회에서는 서로 다른 포퓰리스트 정치인에 휩쓸려 멀어진 두 가족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노래로 소개됐다. 1956년부터 70년에 걸친 파튼의 음악 인생은 아일랜드 록 밴드와의 듀엣으로 마지막 장을 닫았다.
디 엣지는 “혼란스럽고 도발적이며 성스러운 곡들을 모은 앨범”이라며 “U2 녹음 사상 처음으로 표면이 매끄러운 플랫와운드 기타줄을 썼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