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문)동주에게 미안하고 고맙기도 해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5연패를 이끈 일등공신인 ‘에이스’ 곽빈(27·두산)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이번 대표팀에는 포함되지 않은 문동주(23·한화)를 언급하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사연은 3년 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곽빈은 문동주와 함께 선발 ‘원투펀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대회 직전 올라온 등의 담 증세로 인해 아시안게임에는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외롭게 에이스 역할을 수행한 문동주는 당시 대만과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역투로 한국의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끌었다.
금메달 멤버로서 병역 혜택을 받은 곽빈은 마운드에 한 번도 서지 않았기에 ‘무임승차’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 마음의 빚을 갚고자 만 25세 이하 선수 위주로 구성한 이번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뽑히자 선뜻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 시즌 11승7패, 평균자책점 2.26(1위), 탈삼진 186개(1위)로 KBO리그 데뷔 9년 만에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떠오른 곽빈은 금메달을 향한 가장 큰 고비로 여겨졌던 지난 21일 조별리그 첫 경기 대만전(6이닝 무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과 27일 일본과의 결승전(6.1이닝 4피안타 9탈삼진 1실점) 선발 등판의 중책을 맡아 혼신의 힘을 다 한 역투로 ‘버스 운전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 뒤 본인 스스로도 버스 운전기사라는 평가에 “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슈퍼라운드에서 0-5 영봉패를 안겨준 일본을 상대로 ‘류지현호’는 결승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슈퍼라운드에서 한국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이어간 히라노 신이 하루 쉬고 또 다시 선발 등판해 3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이어 올라온 불펜진들도 좀처럼 공략해내지 못했다.
이런 위기를 견디게 해준 게 곽빈의 111구 역투였다. 6회까지 피안타 1개만 맞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한 곽빈은 6회까지 투구수가 92구였으나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0의 불안한 리드를 본인이 지켜내겠다는 책임감이었다. 그러나 굵은 비를 맞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탓에 7회 들어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결국 피안타 3개를 맞고 한 점을 내주며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곽빈에 이어 올라온 조병현이 1사 1,2루 위기에서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면서 불을 껐고, 한국은 ‘약속의 8회’ 2사 상황에서 김도영(KIA), 문보경(LG)의 연속 적시타로 3-1로 달아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류지현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곽빈을 꼽았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인터뷰 중이던 곽빈을 가리키며 “저기 있네요”라고 웃은 류 감독은 “곽빈이 이번 대표팀 최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끝나지 보여줬다. 7회에 맞아나갈 때도 바꾸지 않은 건 곽빈 본인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사가 확고해 그 투지를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빈은 결승전을 마친 뒤 “이번엔 저 자신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동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모자를 벗고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던 곽빈은 눈가를 닦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찍혔다. ‘눈물 흘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몸소 무임승차 논란을 떨쳐낸 곽빈은 3년 전 문동주를 떠올리며 “지금도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 이번에 제가 그 역할을 정말 잘 이겨낸 것 같아서 마음에 있던 한이 좀 풀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질책보다는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시면 대한민국 야구가 더 발전한다고 무조건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