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A: 솔직히 그런 말들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어쨌든 금메달을 땄지 않나. 과정보다는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현장 취재하고 있지 않지만, 국내에서 열심히 서포트하며 지면과 디지털 기사를 만들고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지난 27일 일본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현장 인터뷰 기사를 살펴 보다 충격을 받았다. 정말 저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비판 여론이 선수단 멘탈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신 승리일까.
인터뷰의 주인공은 이번 대표팀의 ‘주장’을 맡은 노시환(26·한화)이었다. 만 25세 이하 선수들로 주로 꾸린 대표팀이기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대표팀 내에선 최고참격이지만, 이제 20대 중반인 Z세대인 노시환이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결과가 중요할 뿐’이라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쌍팔년도’ 식의 사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좀 비약하자면 1970~80년대 개발 군부독재 시절, 경제 발전을 위해선 민주주의쯤이야 희생해도 괜찮지 식의 사고와 비슷하게 읽힌다. 위계서열이 확실한 스포츠 선수기에 이런 사고를 하게 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물론 아시안게임 5연패는 대위업이다. 2010 광저우부터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까지. 다섯 번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것 자체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스포츠는 결국 결과를 내야만 과정조차도 박수받을 수 있기에.
다만 선수단의 주장이 직접 저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은 비판을 아니 할 수 없다. 팬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대중의 여론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저 공놀이’에 불과한 야구로 노시환은 왜 11년 총액 307억원의 거액을 받는가?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야구는 금메달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라는 과정도 중요하다. 왜냐면 사실상 야구를 제대로 하는 나라가 한국, 대만, 일본 세 나라에 불과한데,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 정상급인 일본은 아시안게임에는 전통적으로 최정예를 내지 않는다. 아니 최정예는커녕 프로 선수들을 아예 보내지 않는다. 고교, 대학까지는 엘리트 야구를 했으나 프로행을 택하지 않고 사회인(실업) 야구 선수로서의 삶을 택한 이들이 참가한다.
반면 한국 야구는 아시안게임에 진심이다. 어쩌면 선수들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보다 아시안게임을 더 가고 싶을지 모른다. 한국 남자라면 숙명이자 굴레인 병역 혜택의 기회가 WBC에는 없고, 아시안게임에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야구는 아시안게임에 스스로 연령 제한을 두긴 했지만, 최정예 선수들을 파견한다. 이들에겐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해외리그 진출의 장애물을 없애주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수십억~수백억을 벌 수 있는 FA 대박을 1~2년 당겨줄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다. KBO리그 구단들도 팀 성적의 핵심이 되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표팀 차출에 적극 협조한다. 심지어는 선발투수로 키울 수 있는 어린 투수를 아시안게임 즈음엔 우선 더 성적을 낼 수 있는 불펜투수로 기용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최정예 선수들을 파견했기에 한국은 금메달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경기력이라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결승행의 향방을 가른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대만전에서도 5-0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실업야구에서 뛰는 린이웨이에게 5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철저히 밟혔다. 곽빈의 6이닝 노히트 완벽투가 아니었으면 대만에게 이미 졌을지도 모른다.
슈퍼라운드 일본전은 가관이었다. 역시 사회인 야구에서 뛰는 히라노 신에게 7이닝 동안 안타 4개만 뺏어내는 데 그치며 무실점으로 철저히 밟혔다. 과정은 필요없다던 노시환은 ‘연타석 병살타’로 공격의 흐름을 툭툭 끊었다. 그렇게 한국은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0-5 영봉패로 ‘도요하시 참사’를 당하고 말았다.
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전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쉬고 올라온 히라노에게 3이닝 동안 한 점을 내는 데 그쳤고, 뒤이어 올라온 불펜투수들에게도 4이닝 동안 한 점을 내지 못했다. 곽빈의 역투가 아니었다면 금메달은 애저녁에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겨우겨우 이겨 놓고 금메달 땄으니 모든 게 다 OK다? 천만의 말씀이다. 현재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주어지는 병역혜택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다. 비난이라는 단어로는 이를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자칫하면 야구에서 번진 여론이 전체 스포츠에 아시안게임 병역혜택을 다 없애는 결과가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노시환의 인터뷰는 왜 팬들이 분노하는지,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국민들은 ‘너희들 군대 가라’라고 손가락질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대표팀 전원이 노시환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표팀에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김도영은 결승전에서의 8회 결승타를 때리고도 고개를 숙였다. 대회 직전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 여파인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타율 0.250(24타수 6안타) 0홈런 4타점에 그친 김도영은 “일단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정말 기분은 좋지만 찝찝한 것 같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대회였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