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5억 필요해"… 천호성 전북교육감, 정자법 위반 혐의 피고발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 개인 자격으로
천 교육감 “불법적 행위 없었다” 의혹 부인
‘단일화 대가 고위직 약속’ 의혹은 불송치

측근에게 수억원의 선거자금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의혹을 받는 천호성 전북교육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경찰은 앞서 관련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녹취 내용과 실제 자금 조성·집행 여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천 교육감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재석 전북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28일 천 교육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전북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은 전북교사노조 명의가 아닌 정 위원장 개인 자격으로 이뤄졌다.

지난 5월 7일 유성동(오른쪽) 전북도교육감 예비후보가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호성 후보의 손을 맞잡고 지지를 선언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위원장은 고발장에서 ‘언론에 공개된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선거비용에 대한 의견 교환을 넘어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자금이 조성·수수됐거나 제3자가 선거 관련 비용을 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를 요구했다. 정치자금 조성 과정 등을 명확히 밝혀달라는 것이 고발 취지다.

 

앞서 한 언론은 천 교육감이 지난해 6월 측근과 나눈 대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천 교육감이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5억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측근에게 자신이 “교육감에 당선되면 선거 과정에서 지원한 만큼 합법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북교사노조와 전교조 전북지부는 지난 16일 천 교육감에게 녹취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두 단체는 선거자금 지원과 당선 이후 교육청 사업 사이의 연계 가능성을 거론하며 교육행정의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천호성 전북도교육감이 지난 7월 6일 취임 후 첫 직원 조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제공

천 교육감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이와 관련해 불법적 행위는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천 교육감에게 제기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전주완산경찰서는 조만간 녹취록 제보자 등을 상대로 진술을 확인한 뒤 천 교육감에 대한 조사 필요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전주완산경찰서는 천 교육감을 둘러싼 별도의 후보자 매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천 교육감은 6·3 지방선거 당시 단일화 상대였던 유성동 전 예비후보에게 당선 이후 전북교육청 주요 보직을 약속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앞서 유 전 예비후보 측 관계자가 공개한 통화 녹취에는 유 전 예비후보가 천 교육감 측과 단일화할 경우 정책국장 이상의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겼다. 유 전 예비후보는 당시 “정치적 거래나 대가 약속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녹취록과 관련자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후보자 매수 행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된 주요 보직이 실제 유 전 예비후보에게 주어지지 않았고, 녹취록에도 해당 보직을 확답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단일화를 대가로 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천 교육감과 유 전 예비후보를 불송치했다.

 

따라서 천 교육감을 둘러싼 현재 경찰 절차는 두 갈래로 나뉜다. ‘단일화 대가 고위직 약속’ 의혹은 불송치로 일단락됐지만, ‘5억원 선거자금’ 의혹은 고발이 접수된 가운데 입건 전 조사가 진행 중​이다. 향후 경찰이 녹취 내용의 실제 발언 경위와 자금 거래 여부 등을 증명하는 게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