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실적 등 기준을 미충족해 지난해 말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수련병원 44곳 중 17곳이 시한 내에 제대로 된 이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의·정 갈등 여파가 지속했다고 보고, 지정 취소를 유예하기로 했다. 수련병원 관리·감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수련병원 시정명령 대상 44개 기관별 충족 여부’ 자료를 보면 이행 기간인 올해 7월5일까지 진료 실적, 지도전문의 수 등 미충족 이유를 시정한 곳은 24곳이었다. 나머지 14곳은 미이행했고, 3곳은 일부만 이행했다.
이행을 포기한 곳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수련병원 지위를 반납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은 일부만 이행하고, 일부 과목의 수련병원 지위를 내려놓았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당장 지정 취소에 나서지 않고, 미이행기관을 대상으로 조치 사항을 올해 안에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미달 기관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평위에서 안을 마련할 것이고, 병원들에도 공지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련병원을 대거 취소할 시 뒷감당이 어려워져 일종의 고육책을 마련한 것 아니겠냐고 분석한다.
2016년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정부가 수련병원을 지정 취소한 사례는 전무하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수련병원 지정을 취소하면 전공의들을 다른 곳으로 배정해야 하는데, 전공의를 받겠다는 병원이 없으면 억지로 배정할 방법이 없다”며 “지정 취소 이후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복지부가 임시방편의 계획만 세운 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미이행기관 중에는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등 비수도권 병원도 속해 있다. 김 대변인은 “비수도권 병원을 압박하거나 지위를 반납하게 하면, 결국 전공의들을 수도권으로 다시 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정책과 역행하게 되는 셈이다.
서미화 의원은 “수련병원 지정 취소 제도를 마련해놓고도 기준 미달 병원 제재를 계속 유예하면 정부의 관리·감독 장치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