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은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범죄입니다. 검찰 제도 개선이든 개혁이든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부디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성현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검사(변호사시험 3회)는 검찰청 폐지와 함께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는 다음달 2일부터 주요 산업기술 유출 범죄 수사에 큰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28일 말했다. 그가 이런 우려를 갖게 된 배경에는 대표적으로 지난해 수사한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이 있다.
박 검사는 중국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이직하며 D램 공정 정보를 빼돌리고 현지에서 개발·양산을 도운 삼성전자 전직 임직원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핵심 기술이 통째로 중국에 넘어갔다. 그 결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도 통상 4~5년이 걸리는 D램 공정기술 개발과 생산을 신생 기업인 CXMT가 불과 1년6개월 만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입은 피해는 수십조원으로 추정된다.
박 검사와 4명의 수사관(김유미·김태건·이선재·박예담 수사관) 등은 1년간의 수사 끝에 국내에서 기술이 빠져나간 과정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실제 양산에 관여한 인력까지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필체 감정을 통해 삼성전자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유출자를 특정했고, CXMT 전현직 한국인 직원 30여명을 조사해 중국 현지에서 삼성 기술을 바탕으로 D램 개발이 진행된 과정도 확인했다.
박 검사는 검사 수사권 폐지로 조직적인 기술 유출 범죄를 포착하고 유죄를 입증하는 과정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수사 초기부터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증거 수집과 적용 법리 설계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제는 이런 검사의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원의 피의자 구속영장 발부율이 하락하며 수사 중 신병 확보가 어려워지고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빈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검사는 “중요 기술 국외 유출은 국가 산업의 근간을 해친다는 점에서 중범죄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이런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다는 건 수사 역량에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고, 향후 재판에서 죄질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기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했다.
공소유지 과정에서 공백도 문제다. 그는 “직접 수사한 사람이 재판에 들어와 직접 피고인 주장에 반박하고 증거를 현출하는 것과 수사하지 않은 사람이 공소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유출된 기술이 얼마나 개발하기 어렵고 국가 산업에 중요한 기술인지는 매우 어려운 내용이지만, 지금까지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해 재판부를 설득해왔다”고 전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하고 변리사로 일하던 그는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후 대형로펌 변호사를 거쳐 2017년 검사가 됐다. 2021년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를 거쳐 2024년부터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에 배치돼 4년 반째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는 “CXMT 사건은 제 수사 경력의 정점을 찍은 사건”이라며 “증거가 없어 오랜 기간 어렵게 수사를 하기도 했고, 기술 유출 사건 중 가장 고가의, 핵심 기술을 다룬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가담자들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돼 CXMT가 한국 기업의 기술을 탈취한 사실이 법원 확정 판결문으로 남는다면, 이를 근거로 향후 CXMT를 상대로 한 기술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 검사는 “범죄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할 역량만 갖췄다면, 그 수사를 검사가 하든 경찰이 하든 저는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지금의 시스템에선 검사가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수사에 참여해 경찰 수사에서 법리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바로잡아줘야 하는데 이제는 직접수사도, 보완수사도 모두 불가능해졌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수년 뒤 검사의 보완수사권만이라도 원복된다 하더라도 기존 검찰 수사력을 복구하려면 몇 배의 시간이 더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