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6월 말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기업과 협력해 2035년까지 총 18.4GW(기가와트)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시점에 이들 사업 대부분이 수요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넥스트’는 이달 초 이슈브리프 ‘냉정과 열정 사이: AI 데이터센터 수요 불확실성에 대하여’를 통해 핵심 장기고객이나 공공·자체 수요가 확인된 AI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가 2035년 기준으로 2.5GW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메가프로젝트 외 주요 대기업의 별도 계획까지 더해 발표된 AI 데이터센터 사업 전체 규모(약 20GW) 대비 12.5%에 그치는 수준이다.
분석을 진행한 김수강 선임연구원은 28일 “각사 IR(투자설명회) 자료·보도자료와 정부 자료로 공개된 계획과 수요처가 확인된 사업을 대조했다”며 “고객이 ‘미정’이거나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수준의 사업을 확정 수요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이런 우리 정부·기업의 AI 데이터센터 사업 계획이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토대로 AI 분야 가치사슬 전체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 중 일부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다만 선언적 수준의 계획에만 기대 대규모 전력·용수 관련 기반시설 투자가 이뤄지면 향후 상당한 좌초자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사업 축소, 지연, 취소에 따른 위험은 개개 사업자의 투자 손실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기반시설과 정책 지원 비용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선행된 기반시설 투자와 지원은 회수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올 연말쯤 나올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는 메가프로젝트 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상당량 반영될 예정이다.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메가프로젝트 내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 계획 중 일부를 반영해 2040년 데이터센터 부문 최대전력을 11.9GW로, 전력소비량은 84.9TWh(테라와트시)로 전망했다. 메가프로젝트 발표 전인 지난 4월 공개된 기존 전망치(최대전력 4.0GW·전력소비량 26.5TWh) 대비 3배 정도 늘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정부가 메가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데이터센터가 18.4GW에 달하는데, 거의 절반 이상 부풀려진 수요라고 보고 있다”며 “이 허수 때문에 발전소를 필요 이상으로 더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발전소 추가 건설 과정부터 전기요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 갈등이 촉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 등 기반시설 공급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선임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수요가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따라 공공 지원의 범위와 단계별 집행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며 “사업이 중단될 경우 비용 분담 주체와 이미 조성된 시설의 활용 원칙도 사전에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사업 자체의 에너지 효율 제고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신규 기반시설 공급 필요량을 줄이는 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정책위원은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효율지수(PUE) 규제가 아예 없다. 심지어 현재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PUE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라며 “PUE뿐 아니라 물효율지수(WUE) 등 다양한 지표를 만들고 단계적으로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