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공군기지 겨냥한 폭탄테러 시도 적발… 이란 연계 여부 수사

美 폭격기 배치된 기지 인근서
당국 “런던 거주 20대 5명 체포”
차량 3대에 사제 폭발물 실려
각국 미군기지 경계 강화 전망

美·이란, 추가회담 두고 온도차
트럼프 “금주내” 이란 “계획 없다”

미군 폭격기를 운용하는 영국 내 공군기지를 겨냥한 차량 폭탄테러 시도가 적발됐다. 영국 수사당국은 이란 정부가 연계됐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수사 중이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이란의 군사작전 대상이 유럽 내 전략자산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의 휴전안을 거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단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폭탄 처리로봇 영국군 폭탄 처리로봇이 27일(현지시간) 영국 글로스터셔주 페어퍼드 공군기지 인근에서 발견된 흰색 밴을 조사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현장에서 테러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 국적의 20대 남성 5명을 체포했다. BBC 영상 화면 캡처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0시45분쯤 글로스터셔주 페어퍼드에 위치한 공군기지 인근에서 ‘수상한 차량이 움직인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영국 경찰 당국은 중동계 남성 5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튿날 영국 경찰은 체포된 5명이 모두 영국 국적인이며 런던에 거주중인 20대라고 밝혔다. 이들이 몰던 흰색 밴 3대에는 사제 폭발물 제조에 쓰이는 질산암모늄 연료유 등이 실려 있었다.

 

경찰은 차량 주위 반경 400m를 전면 통제했고, 인근 85가구 주민을 긴급 대피시켰다. 영국 BBC의 항공 촬영 영상에는 폭발물처리 로봇이 흰색 밴 3대 사이를 움직이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들은 폭발물법 위반 혐의와 테러행위 준비 혐의로 구금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안토니오 주스토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차량탑재형 급조폭발물(IED) 여러 대를 이용한 자폭공격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페어퍼드 기지는 미국 공군 제501 전투지원비행단과 제420 항공기지대대 본부가 위치한 핵심 전략 거점이다. 미 B-52 전략폭격기 등이 이곳에 전진 배치돼 이란 등 중동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수행해 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쟁 초기 키어 스타머 당시 영국 총리는 페어퍼드 기지를 통한 미군의 이란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이후 ‘방어적 작전’이라는 명목으로 공격 허가를 냈다. 앤디 번햄 현 총리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과 연관된 동기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며 “러시아나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발 정세 불안이 유럽 본토까지 퍼지는 양상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란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이란이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국가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범위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군은 페어퍼드 기지의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다고 미 폭스뉴스가 전했다. 전직 미 국방정보국 당국자인 앤드루 배저는 2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용의자 5명과 차량 3대가 연루된 점을 들어 “고도로 조직된 작전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미군 시설의 경계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란의 이른바 ‘7일 구상’ 휴전안을 거절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란)은 합의하고 싶어 한다”며 “이번 주 이란과 추가 회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원하는 것은) 1년 전쯤에나 합의할 수 있었을 내용”이라며 이란이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 재개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관련해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과 미국 대표단 간 뉴욕에서 미국과 협상할 계획이 없다”며 “지난 22일 카타르를 통해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8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굴욕과 종속의 시대는 지나갔으며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등 적대 세력을 호르무즈해협을 넘어 아라비아해에서도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