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둘러싼 의문과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사고 정황을 종합하면 아군 지뢰보다는 북한군 지뢰가 터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폭발한 지뢰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미폭발 지뢰 분석, 부상자 치료 과정에서 제거한 파편의 성분 분석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단서들을 분석·종합한 결과 북한 지뢰에 의한 폭발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면, 지뢰 매설의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적 증거로 꼽히는 것은
2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시 폭발한 것이 북한군 지뢰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서는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차 감식만으로도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약 성분이나 파편 등이 남아 있을 것이고, 부상자들의 옷이나 부상 부위에도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는 겉면이 나무로 제작되었으며, 일반적인 도시락 모양이다. 압력식 지뢰로 덮개에 1~10kg의 무게가 가해지면 안전핀이 빠지며 즉시 폭발한다. 해당 지뢰는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에도 사용된 폭발물이다. 당시 북한군은 군사분계선을 몰래 넘어와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추진철책 통문 앞뒤로 지뢰를 설치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우리 군 장병 2명이 신체 일부 절단 등 중상을 입었다.
◆북한 지뢰라면 유입 경위가 문제
폭발 사고를 일으킨 것이 북한 지뢰로 판명된다면, 군 당국으로선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유입된 시점과 경위를 밝혀내야 한다. 호우나 홍수 등으로 하천을 통해서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유실된 것인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서 지뢰를 매설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북한 목함지뢰는 나무 재질 특성상 물에 잘 뜨기 때문에 전방 지역 하천을 따라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떠내려오는 사례도 있다.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군으로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다만 2015년 목함지뢰 도발처럼 명백한 도발 의도를 지닌 채 계획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는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와서 지뢰를 묻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군 당국의 향후 대응 기조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는 평가다. 북한군은 사고 지점과 수십 미터 떨어진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에서 남북 단절 조치인 국경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 지뢰가 유입된 것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명확하게 규명하려면 현장조사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단서를 확보하거나, 인근 감시초소(GP) 등에서 해당 지역을 촬영한 영상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고 현장이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에서 영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군은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인근 지형 변화를 식별하고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에 대해 유엔사와 협의해 왔다. 해당 지역에는 일부 관측이 어려운 사각지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황 처장은 이날 “그 (지형변화) 지역을 지난해 하반기에 관측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최근에 매설한 지뢰가 유실됐을지, 6·25전쟁 당시 매설됐던 지뢰일지에 대해서 황 처장은 “복합적으로 고려될 요소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