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방직 개발사업 “착공기한 넘겼는데…” 전주시, 자광에 사실상 시간 벌어줘 [지방자치 투데이]

전북 전주시가 6조원대 옛 대한방직 부지 복합개발사업 시행사인 ㈜자광에 약속한 착공 기한이 지났는데도 협약 파기나 사업 취소 대신 사업 속행을 촉구하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는 협약상 착공 기한은 지났지만, 상위법인 주택법에 사업계획 승인 취소와 관련한 별도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협약만을 근거로 사업을 취소할 경우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시는 28일 자광의 ‘동별 사용검사(단계별 준공)’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도 착공 기한을 넘긴 데 대해서는 사업의 계속 추진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자광은 당초 6조원가량을 투입해 3500여 세대 아파트와 높이 470m 관광타워, 호텔, 복합쇼핑몰 등을 ‘동시 착공·동시 준공’하는 내용으로 전주시와 협약을 맺었다. 협약상 착공 기한은 이날까지였다.

전북 전주 효자동 서부신시가지 전북도청사 뒤편에 자리한 옛 대한방직 공장 부지. 김동욱 기자

하지만, 자광은 자금 조달과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한 내 착공하지 못했다. 자광은 아파트를 먼저 분양·준공한 뒤 관광타워와 상업시설 등을 차례대로 추진하는 단계별 준공을 요구했지만, 전주시는 관광타워를 사업에서 제외하면 아파트 분양에 따른 이득만 취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협약의 대원칙인 동시 착공·동시 준공을 고수해 왔다.

 

쟁점은 협약과 주택법이 정한 ‘착공 관련 기한’의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 자광과 전주시가 체결한 협약 제14조에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일로부터 1년 이내 착공하지 않을 경우 사업을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전주시와 자광 사이에 체결한 협약에 따른 사업 추진 조건이다. 즉, 자광이 협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주시가 협약에 따라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면, 주택법 제16조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사업 주체가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행정청이 사업계획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두고 있다. 전주시는 이 규정에 따른 취소 가능 기간이 협약의 1년보다 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협약상 1년이 지났으니 무조건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주시는 협약에 1년이라는 기한이 명시돼 있더라도, 주택법이 사업 계획 승인 취소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두고 있는 만큼 협약만을 근거로 사업을 취소할 경우 법적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협약은 전주시와 자광 사이에서 정한 사업 추진 약속이고, 주택법은 행정청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취소할 때 적용되는 법률상 기준​이다. 전주시는 두 규정이 충돌할 가능성을 고려해 협약상 1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취소하는 대신 사업 속행을 촉구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법적 규정은 사업 초기부터 쉽게 예견된 대목이지만, 전주시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에 의존해 자광의 요구대로 사업계획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광은 협약상 착공 기한을 넘겼음에도 당장 사업 취소를 피하게 됐다. 주택법상 사업계획 승인 취소 기준이 적용될 경우 협약상 1년 기한과 법률상 기준 사이에 상당한 시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광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다. 당초 협약 불이행 시 강력한 행정 조치를 검토하겠다던 전주시가 착공 시점에 이르러 법률적 위험을 이유로 제재 수위를 낮춘 셈이다.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는 “자광이 협약상 착공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협약을 취소하고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자광이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를 먼저 추진하고, 관광타워와 공공기여 시설 등을 뒤로 미루려는 것은 당초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주시가 사업 협약을 체결할 당시 협약상 착공 기한과 상위법의 관계를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추진 초기에는 협약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제 이행 시점이 되자 법적 한계를 이유로 제재 수위를 낮추면서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광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속에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20억원대 지방세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 추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광은 이날 ‘동시 착공·동시 준공’ 이행을 위한 기술 검토를 마치고 관련 자료를 전주시에 제출했다. 자광 관계자는 “시공 능력을 갖춘 건설사와 공사 기간과 비용 등을 조율하며 공식 도급계약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협약서상의 대원칙을 준수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원칙이 변하거나 후퇴한 것은 아니다”며 “관련 법령과 협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