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 유실·의도적 매설 쟁점… 軍 “군사 대응 등 모든 옵션 판단” [DMZ 지뢰 폭발 사고]

DMZ 폭발 ‘北 지뢰 가능성’ 발표

해당 지역 우리군 매설 기록 없어
인근에 北 매설 흔적 작년 발견도

작전 장병 피복 등 폭약 성분 감정
폭발지점 화구 형태 등 근거 제시

北 지뢰라면 유입 시점·경위 남아
고의 매설 판명 땐 정전협정 위반

군 “최종 조사 결과 안나와” 신중

군 당국이 지난 21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와 관련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28일 밝혔다. 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초기 감식과 군·유엔군사령부 현장조사 등을 실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간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사고 원인으로 북한군 지뢰를 지목한 군 당국은 추가 조사 및 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북한군 지뢰가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유입된 경위와 시점을 포함한 고의성 여부가 쟁점사항이 될 전망이다.

사고 현장 브리핑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고 현장의 위치를 보여주는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군은 폭발사고가 북한군 지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1

◆군이 제시한 증거는



28일 합동참모본부의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이 폭발 사고 원인으로 북한군 지뢰를 지목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지뢰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 지점으로, 최근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 지역에서 약 10여m 떨어져 있다. 군 당국은 해당 지역에서 우리 군이 지뢰를 매설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 반면 북한군이 인근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흔적은 지난해 9월에 발견됐다.

이날 오후 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접수한 작전참여 장병의 피복 및 장구류 등 10종에 대한 폭약 성분 감정 결과도 북한군 지뢰가 사고 원인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감정 결과 방탄 헬멧 1개, 방탄조끼 2개에서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 성분과 갈색 계열 이물질이 검출됐다. 주 장약이 TNT인 우리 군 지뢰는 폭발 시 철제 파편이 다량으로 발생하고 살상 반경이 약 20m 이상이다. 그런데 감정 결과에 제시된 폭발 원인 물체는 TNT가 장약으로 사용되었으나 철제 파편이 없고 갈색 이물질만 있으며 살상 반경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합참은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사고 당시 지뢰 2발이 터졌으며 작전 병력 철수 도중 1차 폭발 지점에서 약 1m 떨어진 곳에서 갈색의 북한군 수지반보병지뢰가 발견되었다는 진술이 있었다는 것도 공개했다. 군은 사고 지점 일대에 지뢰가 총 3발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지반보병지뢰는 외형은 목함지뢰와 유사하지만, 재질은 플라스틱인 지뢰다. 양진혁 합참 작전부장은 중간조사결과 브리핑에서 “목함지뢰는 3개 정도의 계열이 있다”며 “수지반보병지뢰도 1969년부터 북한에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외에도 폭발 지점의 화구 및 폭발 화염 형태, 피해 장병의 부상 정도, 작전 인원의 진술 등을 통해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 지뢰로 추정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비무장지대 지뢰 추정 폭발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지뢰라면 유입 경위가 문제

합참이 이번 폭발 사고를 일으킨 원인으로 북한군 지뢰를 지목했으나,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북한군 지뢰가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유입된 시점과 경위를 밝혀내는 것이 과제다. 호우나 홍수 등으로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유실된 것인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서 지뢰를 매설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군 당국은 이같은 점을 포함해서 추가 현장조사 및 분석 작업을 진행한 뒤,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고 원인이 된 지뢰가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군으로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다만 2015년 목함지뢰 도발처럼 명백한 도발 의도를 지닌 채 계획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는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경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넘어와서 지뢰를 묻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군 당국의 향후 대응 기조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는 평가다. 북한군은 사고 지점과 수십 미터 떨어진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에서 남북 단절 조치인 국경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 지뢰가 유입된 것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명확하게 규명하려면 현장조사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단서를 확보하거나, 인근 감시초소(GP) 등에서 해당 지역을 촬영한 영상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고 현장이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에서 영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조사결과에서 북한군 지뢰가 고의적으로 매설된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증거가 드러난다면 군 당국으로선 대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군 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군 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양 작전부장은 군의 대응 수위를 묻는 질문에 “아직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군사적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상응한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합참은 군사적으로 또는 국방부에서는 정책적으로 필요한 모든 옵션들을 올려놓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