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오간 기분”… 男 400m 계주, 4위 태국에 동메달 뺏길 뻔 [아시안게임]

예선 실격 판정 뒤집고 결선행…38초43 한국 신기록으로 3위
홈페이지에 태국 동메달 표기…조직위 항의 뒤 한국으로 정정

[나고야=권준영 기자] 예선에서 실격 판정을 받고 결선 출전이 불투명했던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이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시상대에 올랐다. 그런데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또 다른 변수가 터졌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이 아닌 태국이 동메달을 딴 것으로 표기된 것이다.

대한민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이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38초43의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나고야=연합뉴스

서민준(서천군청),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전남광주시청),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는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8초43의 한국 신기록으로 중국(38초17), 대만(38초32)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종전 한국 기록 38초49를 0.06초 앞당겼다.

 

출발선에 서기까지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나마디 조엘진은 남자 100m 결선을 마친 뒤 도핑 검사로 숙소 복귀가 늦어졌고, 남자 200m 예선에서는 허벅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레이스를 포기했다. 전날 열린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는 김시온(국군체육부대)과 나마디 조엘진의 배턴 교환 과정에서 인계 구역을 벗어났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한국이 실격 처리됐다.

 

대표팀은 항소 절차에 들어갔고 결국 판정이 뒤집히면서 결선 출전권을 되찾았다. 나마디 조엘진은 경기 후 “만약 예선에서 나온 실격 판정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형들에게 매우 미안했을 것”이라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결선에서는 서민준이 첫 주자로 나서 나마디 조엘진에게 배턴을 넘겼고, 이어 이재성을 거쳐 마지막 주자인 비웨사에게 배턴이 넘어갔다. 비웨사는 대만의 양쥔한과 치열하게 경쟁했고, 뒤에서는 남자 100m와 200m를 석권한 태국의 푸리폴 분손이 추격했다. 하지만 비웨사는 끝까지 3위 자리를 지켜냈다.

 

기록이 전광판에 찍히자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비웨사는 “어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연맹과 감독님이 잘 대처해주셔서 메달을 딸 수 있었다”면서 “우리는 파울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모습을 결선에서 펼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 마지막 주자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가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한국은 38초43의 한국 신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나고야=뉴시스

그러나 메달을 확인하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대회 홈페이지엔 38초49, 4위로 통과한 태국이 동메달을 딴 것으로 표기됐다. 대회 조직위는 메달리스트 공지에도 태국을 동메달리스트로 발표했다.

 

기쁨을 나누던 육상 대표팀은 발칵 뒤집어졌다. 하경수 남자 단거리 대표팀 감독은 “일본 대표팀이 이의 제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조직위원회에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떴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표팀이 항의하자 조직위는 결과를 다시 확인했고 이후 한국을 동메달리스트로 수정했다. 결선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도 공식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혼선을 겪은 것이다.

대한민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 이재성이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나고야=뉴시스

나마디 조엘진은 “아쉽게 은메달을 놓쳤는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나가겠다”며 “많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면 깰 게 없지 않나. 조금씩 목표를 달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는 새로운 시작”이라며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던 이재성은 “내 레이스를 마친 뒤 무릎을 꿇고 전광판만 바라봤다”며 “후배들의 기량이 뛰어나기에 믿고 뛰었다. 앞으로 계주 멤버의 한 명으로 더 큰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민준은 이날 남자 400m 계주에 이어 혼성 400m 계주 추가 경기까지 뛰었다. 그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 기분이 든다”면서 “매우 간절했던 메달이기에 참 감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