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3박4일에 걸친 프랑스 방문 기간 ‘내정 간섭’에 가까운 언행을 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나는 복음을 전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프랑스 의회와 정부는 최근 불치병 환자의 조력 사망권을 인정하는 법률(일명 ‘조력사법’)을 만들어 공포했는데, 교황은 방불 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맹비난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프랑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기자들은 프랑스 조력사법에 대한 교황의 발언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이에 교황은 “그것이 정치라면 나는 정치를 한 셈”이라면서도 “이는 프랑스 내정에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진정으로 믿는 바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다”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교황은 “나는 결코 선을 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프랑스에 갔을 때 이는 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교황은 파리, 남서쪽 피레네 산맥 기슭의 루르드, 그리고 독일·룩셈부르크와의 접경 지역에 있는 메스 이렇게 세 도시를 찾았다. 그런데 어딜 가든 프랑스 조력사법에 대한 비난 발언은 계속됐다. 특히 루르드에선 프랑스 의료진과 만나 “여러분의 임무는 고통받는 사람을 돌보는 것이지, 그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이는 ‘모든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는 전제 아래 낙태, 조력사, 사형 등을 반대하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8월19일 의회 양원을 통과한 조력사법을 공포했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불치병 성인 환자들에게 조력에 의한 사망 절차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 등이 이미 비슷한 법률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조력사법은 현재 시행령을 마련하는 단계로 지금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의료진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 생명 경시 풍조 만연, 환자의 선택권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