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 제도’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제도 도입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입 자체는 찬성하지만 여전히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매각 기회에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한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취지와도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VIP자산운용·타임폴리오자산운용·신영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29일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오는 10월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8곳 운용사는 “상법 개정 이후 국내외 운용사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최대 규모”라며 “대통령이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개막식에서 공정한 시장을 약속했지만 일반주주 차별을 법으로 굳히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제도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지배주주 등만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고 일반주주는 보유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등 소외 받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장사 지분을 사들여 25%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가 되거나 이미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려면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반주주의 지분까지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매수하는 만큼 얼핏 보면 공정해보이지만 지배주주만 먼저 보유지분 전량을 팔 수 있는 점은 여전히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18곳 운용사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지배주주만 먼저 보유 지분 전량을 팔 수 있는 구조는 바로 잡아야 한다”며 “경영권이 바뀔 때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동등한 조건의 매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잔여주식 전량 매수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50%+1주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그 물량은 모든 주주에게서 같은 비율로 사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배주주의 지분을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가 용인된다면 매각 기회에 차이가 발생하고 50%+1주를 채우기 위해 모자란 물량만 일반주주에게 사들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회사면 인수자가 이 40%를 먼저 사들인 뒤 과반까지 모자란 10%+1주만 일반주주에게서 공개매수로 사야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일반주주 모두에게 공평한 매각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성명에 참여한 운용사들은 “사소한 조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의 경영권 거래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어떤 원칙으로 대우할지를 정하는 문제”라며 “약 30년 만에 다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처음부터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운용사들은 오는 30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