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암살 배후로 박정희 암시” 잡음 속 개봉 6일차 2위로 밀려나 제작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사진)이 개봉 6일째에 박스오피스 1위에서 처음으로 내려왔다. 영화 속 사건 배후를 둘러싼 설정을 두고 역사 왜곡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허진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경찰에 고발됐다.
2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전날 6만7406명이 관람해 ‘타짜: 벨제붑의 노래’(6만8913명)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이 정상 자리를 내준 것은 처음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재일교포 2세 문세광(극 중 ‘문태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발포했으나 빗나간 총탄에 육 여사가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영화는 공식 수사 결과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좇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유해진이 기념식장 관할 형사,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이민호가 현장을 목격한 신입 기자 역을 맡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문세광에게 배후가 있었을 가능성과 육 여사가 문세광이 아닌 대통령 경호원의 총탄에 맞았을 가능성 등을 제기한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건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암시적 묘사도 담겼다. 국민의힘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역사 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전날 “영화 제작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영화 상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반박에 나섰다. 같은 날 제작진 일동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9일 재차 입장문을 내고 “‘암살자(들)’ 제작·투자 과정에 중국 자본이 유입됐다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29일 서울경찰청에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