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결제까지 척척… 메타 '뮤즈' 돌풍에 도전 받는 韓 'AI 비서'

'실행형 AI' 출시되자마자 흥행

기존 에이전트 회사 특화 반면
여러 생활서비스 수행 편의성
한국 출시 전인데도 관심 폭발

'모두의 AI' 사업 속도전 뒤져
플랫폼 이용자 접점 약화 우려
해외 기업과 협력 불가피 전망
“경쟁·방어영역 제고 강구해야”

메타 인공지능(AI) 서비스 ‘뮤즈’가 사용자를 대신해 메일을 보내고 상품을 구매, 예약하는 기능을 선보이며 실행형 AI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국내 생활 서비스에 특화한 AI 에이전트를 승부처로 보고 있었는데,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범용 서비스가 먼저 일상에 자리 잡으면 국내 기업의 강점인 플랫폼 이용자 접점마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앱토피아가 전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는 출시 20일 만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580만건을 기록했다. 미국 내 출시 초기 하루 활성 이용자 수도 챗GPT 모바일 앱의 출시 초기 수준을 웃돌았다.



뮤즈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 메일과 일정을 확인하고 웹사이트에서 예약·구매 등의 작업을 대신하는 게 특징이다. 여러 단계 일을 대신 처리하며 예약·결제까지 수행하는 개인 AI 비서인 셈이다. 뮤즈 이전에도 오픈클로나 코파일럿 등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있었다. 다만 오픈클로는 설치·연결·권한 설정·운영을 모두 사용자가 맡아 일반인이 쓰기 어려웠고, 그 외 AI 에이전트는 정해진 일상 영역이나 회사 업무에 특화돼 대중형 비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뮤즈는 메신저로 대화하듯 일을 맡기고, 여러 생활 서비스를 한 곳에 맡길 수 있어 편의성이 큰 게 장점이다. 사용자당 토큰(AI 연산 기본단위) 1억개를 매달 제공해 사실상 무료로 쓸 수 있다.

한국에 출시되진 않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한 사용 후기가 잇따르는 등 국내 이용자 관심도 높다. AI 업계 관계자는 “뮤즈 돌풍이 강해 국내외 AI 에이전트 경쟁이 예상보다 앞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뮤즈가 이미 실제 이용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국내 서비스가 속도전에서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범용 AI 모델보다 버티컬(특화) AI 에이전트를 핵심 경쟁력으로 키울 계획이었다. 전 국민에게 무료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의 AI’ 사업이 대표적이다. 자원 한계 탓에 챗GPT나 클로드 등 최상위 AI 모델과는 맞상대를 하기 어렵지만 AI 에이전트는 문화와 언어 등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한 데다 공공과 민간 플랫폼 기반으로 작동해 외산 AI 서비스가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혔다.

문제는 속도다. 모두의 AI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 카카오 컨소시엄은 다음 달 제한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12월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한다. 초기 서비스도 실행형 에이전트보단 검색형 챗봇과 안전성 검증에 무게가 실려 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본격화한 빅테크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구조다.

포털과 메신저, 쇼핑 등 자체 플랫폼을 경쟁력으로 내세우지만 외산 AI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이용자 접점을 확대하려는 국내 플랫폼들과 해외 AI 기업 간 협력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카카오도 오픈AI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앞서 챗GPT 내 앱을 내놓은 바 있다. 모두의 AI 사업 컨소시엄에 포함된 한 플랫폼 기업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모두의 AI 사업 목표를 선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모두의 AI의 성공 여부는 산업 생태계와 맞물려야 한다”며 “지금은 보편복지 측면에서 접근해 기술 기반의 공급 중심 사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 누구나 쓸 수 있는 AI를 제공한다는 보편적 서비스 목표와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분야를 키운다는 산업 전략이 함께 추진되고 있어 각각의 사업 성과를 평가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미다. 황 교수는 “우리 산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외산에 종속되지 않을) 방어 영역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