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 28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고의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향후 정부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 조사에서 북한 지뢰로 확인되면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춰 온 이재명정부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평화공존 동력 약화될 듯
이재명정부는 출범 이후 대북전단 살포 차단과 대북 확성기 철거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 왔다. 긴장 완화를 통해 북한의 맞대응과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남북 간 대화 여건을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반면 북한은 2024년 이후 ‘두 국가’ 기조를 내세우면서 남북 접경지역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 요새화작업을 이어왔다.
◆신중한 정부…대응 제약 많아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기자들에게 폭발 사고의 원인이 북한 지뢰로 잠정 지목된 데 대해 “현재 군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긴밀하게 협력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전날 언급한 ‘상응 조치’로 일각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선 제반 사항을 철저히 규명하는 게 급선무”며 “구체적인 조치는 결과에 따라 추후 검토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상응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군사 옵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종 결과를 분석한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그 이후에 적절한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만 답했다.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북한의 행위에 상응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책임을 물을 정책·군사적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의 경우엔 이재명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지난해 6월 선제적으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8월에는 시설도 철거했다. 확성기를 다시 설치한다면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취한 조치를 스스로 거두는 셈이다. 또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180도 뒤집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소음 방송으로 맞대응하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정부와 군에 상당한 부담을 출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 또는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국방부가 MDL 기준선 설정 논의를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대화를 다시 제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남북 간 직접적인 소통 채널이 사실상 막혀 있어서 실효성은 불확실하다. 대북 경고 성명도 거론되나 “물리적 대응 없는 메시지는 미흡하다”는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적 지원 사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남북 교류를 지속하려면 국내적 공감대가 필요한데, 우리 군 장병의 부상이라는 직접 피해와의 북한의 행위 사이 인과관계가 확인될 경우 정부의 정책 추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주어진 상황에서는 평양 강동군병원 지원 사업 등이 아무리 인도주의적인 지원이라 하더라도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통일부가 계속 추진하려 했던 여러 형태의 대북사업도 재검토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