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재제청 갈등 여파… 사법부 재판 지연 ‘빨간불’

헌재 본안 사건 평균 774.3일
2025년보다 20일 이상 늘어나
위헌심판 사건 3년1개월 달해

대법, 대법관 공백 장기화 영향
민사 23% 선고기한 5개월 넘겨

최근 헌법재판소 본안 사건 처리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헌재는 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도입된 올해 본안 사건 평균처리기간이 지난해보다 20일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민사사건 5건 중 1건 이상은 법이 정한 선고 기한인 5개월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형사 사건은 6000명이 넘는 피고인이 법정 선고 기간이 지나도록 판결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소원 도입과 재제청 갈등으로 인한 대법관 공백 장기화로 인해 두 최고 사법기관의 사건 처리 지연 추세가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헌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헌재 지정재판부가 각하한 사건을 제외한 본안 사건 평균 심리기간은 774.3일로 집계됐다. 본안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2021년 611.7일, 2022년 732.6일, 2023년 809.2일로 늘다가 2024년 724.7일로 감소했으나 2025년 753.2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처리기간이 20일 이상 늘었다. 특히 올 1∼7월 위헌법률심판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약 3년1개월로, 지난해(1년11개월)에 비해 급증했다. 헌법재판소법 38조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정하지만,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다. 이 ‘180일’을 넘긴 미제 사건은 올 7월 기준 851건으로 집계됐다.

 

대법 전원합의체 심리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여섯 번째)과 대법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건희씨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사건에 대한 첫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와의 재제청 갈등으로 7개월 가까이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한 대법원은 법정 선고 기한을 넘긴 민사 상고심 사건이 수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사위 소속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30일 기준 5개월이 넘도록 상고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민사 상고심 사건은 총 716건으로, 전체의 22.7%를 차지했다. 형사사건의 경우 법정 상고심 선고기간인 4개월을 넘겨 계류 중인 피고인은 6066명으로 집계됐다.

민사소송법 199조에 따르면 1심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5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받은 날부터 5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소송촉진법 21조도 형사사건 판결 선고는 1심의 경우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에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두 조항 역시 사실상 훈시규정으로 해석돼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