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압승한 독일 극우 AfD…나치 역사 가진 독일서 ‘금기’ 깨진 이유는

“경제·사회 불안 못 푼 기성정당 불신이 성장 토양”
“기성정당까지 AfD 의제 좇으며 정상화”
“극우 ‘방화벽’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AfD는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43.8%를 득표해 집권 기독민주당(CDU·17.2%)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제1당에 올랐다. 2021년 선거(20.8%)보다 득표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며 역대 주의회 선거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렇다면 독일 유권자들이 과거보다 극우화된 것일까. AfD의 ‘정상화’ 현상을 연구한 김경래 국민대 교수(정치학 박사)는 조금 다른 설명을 내놨다.

 

“AfD를 선택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심리적 부담이 낮아졌다고 봐야 한다.” 반복된 선거 승리와 의회 진출로 AfD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정치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주변에서 공개적으로 AfD를 지지하는 사람도 늘면서 과거와 같은 금기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김경래 국민대 교수는 AfD 약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 경제·사회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임성균 기자

김 교수는 AfD 약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 경제·사회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그는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빈부격차 등 경제·사회적 불안이 커졌는데 기존 정당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민자가 늘었거나 경기가 나빠졌다는 것만으로 극우정당이 성장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독에서는 난민 위기와 코로나19, 에너지 위기 등을 거치며 경제적 부담이 커졌고, 동독에서는 통일 이후 산업 구조조정과 인구 유출로 소외감이 깊어졌다. AfD는 원인이 서로 다른 이런 불만을 ‘기성 정치권이 국민보다 이민자와 유럽연합(EU)을 우선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묶었다. 복잡한 사회 문제의 원인을 이민자 유입과 이를 막지 못한 기성 정치권의 책임으로 단순화하면서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기존 정당이 AfD로 이탈한 지지층을 되찾으려 AfD의 문제 설정을 받아들이면 역설적으로 AfD를 정상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과거에는 배제적인 이민정책 자체가 논쟁거리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강하게 이민을 통제할 것인가’를 놓고 경쟁하면서, 유권자가 ‘AfD가 먼저 옳은 말을 한 것 아니냐’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AfD를 선택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 것을 AfD 자체가 온건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김 교수는 선을 그었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AfD 내부에서 이주 배경이 있는 독일인을 동등한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날 소지가 있는 주장이 나타난다는 이유로 당을 ‘극우 의심 사례’로 분류해 감시해왔다. 법원도 이런 분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유권자들이 AfD를 선택하는 데 느끼는 거부감이 낮아졌다고 해서 AfD의 주장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범위가 넓어진 것과 민주적으로 정당한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성 정당들이 AfD와 협력하지 않는 이른바 ‘방화벽’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AfD의 성장을 막기 어렵다고 봤다. AfD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실제로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불만을 느끼는지 살펴보고, 기존 정치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거난과 일자리 부족을 두고 ‘이민자 때문인가’를 다투는 데 그치지 말고, 주택을 어떻게 더 공급하고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를 ‘재정치화’라고 표현했다. AfD의 차별적 주장에는 선을 긋되, AfD 지지층이 느끼는 불안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 정치가 독일의 경험에서 참고할 점으로는 정치적 불만을 도덕적 비난만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주거 불안과 지역 쇠퇴, 세대 간 기회 격차, 노동시장 불안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정당이 유권자들의 불안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 복잡한 사회 문제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 돌리는 정치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독일의 사례를 한국 정치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경계했다. 김 교수는 “독일 사례를 보고 한국의 어느 정당을 곧바로 ‘한국판 AfD’라고 규정하는 것은 분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극우정당을 배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유권자들이 극우정당을 찾게 만든 생활 속 불만을 기존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