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PTPP 가입 시 농수산 피해 15년간 최대 12조원”

윤준병 의원 “농어민 생존권 짓밟는
일방적 CPTPP 가입 및 개방 반대”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경우 농수산 분야 생산 감소 규모가 협정 발효 후 15년간 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생산 감소액이 이전 연구를 통한 추산치보다 약 2800억원 늘어나면서 가입에 앞서 농어민의 소득을 보전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CPTPP 가입 시 농수산 분야의 연평균 예상 피해액은 79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연구에서 추산된 연평균 피해액(5124억원)보다 54.5%(2793억원) 증가한 수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이 지난 10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 앞에서 정부를 향해 농산물 가격폭락 대책 마련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분야별로는 농업 분야 연평균 피해액이 이전 4400억원에서 71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수산 분야 역시 이전 724억원에서 81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CPTPP 가입 이후 15년간 누적되는 피해 규모는 농업 분야의 경우 최대 10조 6500억원, 수산 분야는 최대 1조2255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농수산 분야를 합산한 15년 총 누적 피해액은 최대 11조875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CPTPP 회원국들의 농수산 시장 개방 수준이 기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률이 높다는 점이다. 품목수 기준 CPTPP 12개 회원국의 평균 시장 개방률은 농업 95.9%, 수산 99.4%에 달한다.

 

특히 수산 분야의 경우 베트남(96.0%)과 일본(97.1%)을 제외한 뉴질랜드, 브루나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칠레, 페루, 캐나다, 멕시코, 영국 등 10개 회원국이 100% 완전 개방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 및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 압박까지 맞물릴 경우, 국내 농어민들이 감당해야 할 실질적인 타격은 통계상 추산액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CPTPP 가입에 따른 농축수산업계의 피해 우려에 대해 “전략안보산업으로서의 농어업과 축산·산림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너무 걱정 마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의 CPTPP 가입 추진은 2021∼2022년 검토 당시 농어민들의 반대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를 앞두고 중단됐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9월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가입 검토를 재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국무회의에서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입 추진을 검토하도록 했다. 올해 1월에는 통상협정 추진계획안에 CPTPP 가입 적극 검토를 포함하고, 1분기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영향 분석, 2분기 보완대책 수립과 이해관계자 소통을 추진 일정으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연합

윤 의원은 “통상 이익이라는 거대한 바퀴 아래 우리 농어민들의 피눈물과 생존권을 짓밟고 지나가는 개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 규모가 이전 연구보다 연간 2793억원이나 폭증하고 농수산 개방률이 100%에 달하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도 산자부는 여전히 장밋빛 통상 논리만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CPTPP 가입을 논하기 전에 농어민들의 실질적 소득과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재정적 보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안전장치 없는 일방적 가입 추진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