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비공개로 돌리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이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삭제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올해 들어 순위가 이례적으로 크게 내려가기도 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어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은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제 순위표를 제외하기에 앞서 재정경제부 측과 상의를 거쳤다.
한은은 순위 삭제로 논란이 되자 당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는 과정에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해석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초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은은 당시 "외환보유액 순위는 이미 공개된 자료로 통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조회해볼 수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하는 기초 자료나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일일이 찾아 비교해야 하는 만큼 일반 국민이 순위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거듭 지적됐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매달 외환보유액 순위 발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은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종욱 의원에게도 "향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다시 보도자료에 수록할 계획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 수치가 계속 보도자료에 수록될 경우 외환보유액의 단순 순위 변동이 대외 부문의 펀더멘털 변화로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되풀이했다.
이와 별도로, 뒤늦게 보완책도 검토 중이다.
한은은 "IMF에서 외환보유액 통계를 공개하고 있으나, 대만은 IMF 비회원국으로 IMF에서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각국 공시 시점이 서로 다르고 개별 국가 사정으로 공시가 지연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코스)에서도 주요국 외환보유액 통계를 간편하게 조회해볼 수 있다"며 "정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대만을 포함한 입수 대상 국가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