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공안’(公安) 하면 중국부터 먼저 떠올릴 듯하다. 중국의 중앙 부처들 중에는 공안부가 있다. 말 그대로 공공(公共)의 안전(安全)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곳으로 우리의 경찰과 비슷하다. 중국 경찰관은, 특히 한국인들 사이에 공안이란 약칭으로 널리 불린다.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 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의 부정 선거 책임을 묻겠다”며 서울 올림픽공원에 모여든 시민들 일부가 출동한 경찰관을 향해 “중국 공안 아니냐”고 물으며 모욕과 조롱을 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한국 검찰에선 ‘특수’와 더불어 ‘공안’이 양대 기둥을 형성했다. 고위 관료나 정치인들의 수뢰, 대기업 임원들에 의한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특수부의 표적이라면 공안부는 북한 간첩 또는 그와 연계된 국내 반정부 단체를 주로 상대했다. 정치인들의 국회법 및 정당법 위반, 노조나 시민단체에서 벌어진 비위 의혹 등도 공안 검사들 손을 거쳤다. 어떤 이들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 검찰의 이른바 ‘경제 검사’와 ‘사상 검사’를 각각 특수통, 공안통 검사들의 기원으로 여기기도 한다.
과거 법무부 검찰국 산하에 검찰1과부터 검찰4과까지 숫자만 붙은 4개과(課)가 있었다. 이름만 봐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마치 정보기관을 연상케 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법무부는 검찰1과→검찰과, 검찰2과→형사기획과, 검찰3과→공공형사과, 검찰4과→국제형사과로 각각 개칭했다. 이들 중 공안 업무를 담당하던 검찰3과 새 명칭을 놓고선 원래 ‘공안기획과’가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검찰 공안부에 부정적 시선을 지닌 진보 성향 인사들이 주류인 정권인 만큼 ‘공안’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했다. 2008년 출범한 보수 성향의 이명박정부는 역시나 공공형사부 이름을 공안기획과로 변경했다. ‘공안’이란 표현이 진보·보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 된 셈이다.
오는 10월2일이면 검찰청이 문패를 바꿔 단 공소청이 출범한다. 과거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로 불린 부서는 ‘공소청 공공안전부’란 새 이름을 갖게 된다. 대검 공공수사부의 전신은 다름아닌 대검 공안부였다. 진보 성향의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공안’을 완전히 날려 버리고 공공수사로 대체한 것이다. 이재명정부 들어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일명 ‘검수완박’)됐다. 이에 ‘수사’까지 뗴어내고 “공공의 안전을 지키라”는 당부를 담아 공공안전부로 정했다. 공공 안전을 줄인 말이 공안 아니었던가. ‘공안’이 돌고 돌아 ‘공공안전’이 되었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