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반응한 '목함지뢰' 때와 달리 김여정 조기 등판 전문가 "韓상응조치 위축 노려"…"확전 차단 담화" 시각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대한 우리 군의 중간조사결과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이 신속하게 반응한 배경은 북한 책임론 확산을 막고 '남쪽 국경 요새화' 작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29일 자 담화를 보면 김여정 부장은 우리 군의 중간조사결과를 "명백한 자작극"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연합뉴스
우리 군의 중간조사결과 발표 시점(28일 밤 8시 30분)을 고려하면 하루 남짓 만에 나와 비교적 신속하게 반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 '목함 지뢰' 사건 때는 우리 국방부가 북한의 책임을 지목한 지 나흘 후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로 남측의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북한은 우리 군의 강경 대응 이후 남북 고위급 접촉을 거쳐 '유감'을 표명해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김 부장은 그러나 이번 담화에서 2015년 사건을 상기하며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부장이 굳이 목함지뢰 사건을 소환한 이유는 한국이 어떤 조사 결과를 내밀고 강경 대응을 하더라도 당시와 같은 유감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라며, 책임론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방벽·철책 설치와 지뢰 매설 등 국경 요새화 작업의 차질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상응 조치'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경계·정찰 강화, 북한군 월선 행위에 대한 전술 조치 강화 등이 거론되는데 이는 북한군의 요새화 작업을 제약하거나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제 위협으로 우리 군의 상응 조치 강도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MDL 일대 긴장 고조로 요새화 작업 중 국지 충돌이 발생했을 때 자신들의 공격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주요 관심사는 요새화 작업 차질 방지"라며 "김 부장은 실사격·탄착이라는 '문턱'을 명시해 한국의 상응 조치 결정을 사전에 위축시키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한국군의 조사 발표나 경고사격을 '공사 방해'이자 '주권 침해'로 몰아가야 국경 차단물 공사를 정당한 '주권 행사'로 기정사실화하고 계속 추진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북한이 서부전선에 쌓은 방벽의 2024년 11월 말 모습. 연합뉴스
다만 2015년과 달리 반응 주체가 군부가 아니라는 점, 김 부장이 "경고사격이 아닌 실지사격"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점 등을 근거로 확전을 자제하고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에 무게를 두는 평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 부장의 담화는 중단된 심리전 재개를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향후 북미회담 재개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한국 또는 유엔군사령부의 MDL 문제 논의를 위한 군사부문 회담 또는 협의 제안에 북한이 보일 반응도 주목된다.
유엔사는 이날 북한 지뢰가 MDL 이남에서 발견됐으며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유엔사는 북한에 정전위반 사실을 통지하고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한이 '두 국가 관계' 선언 후 국지 충돌을 자제하려 한 경향에 주목한다면, 이번 지뢰 폭발 사건으로 북한도 군사회담 필요성을 인식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추측했다.
이에 비해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군사회담 제의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지 충돌을 막으려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지뢰 폭발 국면에서 회담 제의를 수락한다면 책임론 인정으로 해석될 수 있어 호응 가능성은 작년보다 더 작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