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뇌경색, 심장 속 ‘작은 통로’ 탓일 수도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뇌경색이 발생하면 대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에 따른 동맥경화나 심방세동을 먼저 의심한다. 실제로 많은 뇌경색이 이런 원인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뇌혈관과 심장을 충분히 검사해도 뚜렷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비교적 젊고 혈관질환 위험요인이 많지 않다면 심장 속에 남아 있는 작은 통로인 ‘난원공개존증’이 숨어 있는 원인일 수 있다. 난원공은 태아의 혈액순환을 위해 좌우 심방 사이에 존재하는 정상적인 통로다. 출생 후 폐호흡이 시작되면 대부분 닫히지만 일부에서는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남는다. 이를 난원공개존증이라고 한다. 성인의 약 4명 중 1명꼴로 발견될 정도로 흔하고, 대부분은 평생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낸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혈전이 이 통로를 통과할 때다. 다리나 골반의 정맥에서 생긴 혈전은 보통 폐로 가지만, 기침이나 배변처럼 배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난원공을 통해 좌심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혈전이 뇌혈관까지 이동해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역설색전’이라고 한다.

그래픽: AI 생성 이미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경색이 발생했는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위험요인이 많지 않고, 여러 검사를 해도 다른 원인이 확인되지 않을 때라면 난원공개존증을 원인으로 의심한다. 장거리 이동이나 수술, 장기간 침상 생활처럼 혈전이 생기기 쉬운 상황을 겪은 뒤 증상이 나타났다면 관련성을 더 면밀히 따져볼 수 있다. 심한 기침이나 무거운 물건을 든 직후처럼 갑자기 복압이 높아진 상황에서 증상이 시작됐는지도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결국 환자들이 궁금한 질문은 ‘난원공개존증이 발견되면 꼭 막아야 할까’다.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난원공개존증은 성인 4명 중 1명꼴로 있을 만큼 흔하지만 대부분은 평생 아무 문제 없이 지낸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됐고 뇌경색을 겪은 적이 없다면 대개 시술까지 필요하지 않다. 반대로 젊은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뇌경색을 겪었고, 다른 원인이 충분히 배제된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난원공을 통해 많은 양의 혈액이 오가거나 좌우 심방 사이의 막이 크게 움직이는 ‘심방중격류’가 함께 발견되면 뇌경색과의 관련성이 더 높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카테터를 이용해 난원공을 막는 폐색술을 고려할 수 있다.

 

폐색술은 가슴을 여는 수술이 아니라 혈관을 통해 기구를 넣어 난원공을 막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여러 임상시험에서는 다른 원인을 충분히 찾았는데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60세 이하 일부 환자에서 폐색술이 뇌경색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나이와 뇌경색 형태, 난원공의 구조 등을 함께 보고 결정해야 한다.

 

폐색술을 받는다고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시술은 일부 환자에서 뇌경색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만능은 아니다. 시술 뒤 심방세동이 새로 생길 수 있고 일정 기간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술 여부와 관계없이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 금연, 규칙적인 운동 같은 기본적인 뇌졸중 예방은 계속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난원공개존증이 ‘있느냐’가 아니라 ‘내 뇌경색과 실제로 관련이 있느냐’다. 단순히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불안해하거나 시술을 서두르기보다 다른 원인을 충분히 확인한 뒤 난원공의 위험도를 함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불필요한 시술은 피하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