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경제부는 올해 국세 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47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역대 최대인 2022년 395조9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추계한 규모보다 63조2000억원, 올해 본예산 대비로는 88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에 법인세가 지난 3월 대비 35조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주식시장 활성화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 등도 예상보다 크게 늘 것이라고 한다.
초과 세수 등을 재원으로 내년부터 출범하는 미래대응기금 규모는 정부가 예산에 미리 편성해놓은 162조3000억원에 더해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시된다. 초과 세수가 많을수록 기금에 더 많이 적립되는 구조라 정부가 세수 전망을 지나치게 낮게 잡으려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최종예산(추경) 대비 세수 오차율은 15.2%로 역대 5번째로 높다. 두자릿수 오차율로 세수 예측에 실패했는데도 페널티 대신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꼴이다. 정부는 세수 추계 정확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명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을 이번 추석 1900억원에서 내년부터 1조원 가까이로 대폭 늘리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인 만큼 미래대응기금으로 증가분을 충당하자고 했다. 당초 기금을 만든 취지는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높이자는 데 있다. 일시적으로 고물가 고통을 덜려고 돈을 푸는 게 ‘미래 대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지 돌아보길 바란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해 효율을 높이는 데 돈을 쓰는 게 물가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근본 해법임을 모른단 말인가.
내년 예산에 편성된 미래대응기금 순수 지출 사업 131건 중 95% 이상이 부처 요구 원안대로 반영되거나 추가·증액됐다.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하는 기획예산처가 제대로 심사했는지 의문이 든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그제 여당 광역자치단체장과 함께한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회에서 “지방정부 지원은 얇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선심성 예산까지 엄밀한 검증 없이 무사 통과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