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순으로 4강 확정… ‘우천 취소’ 크리켓 황당 운영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날씨 변수에도 예비일 편성 안 해
男 8강 全경기 상위팀 승리 처리
네팔 등 “공 한 번 못 던지고 짐 싸”
3일 결승 때도 비 오면 ‘공동 金’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은 43개로 2024 파리 올림픽의 32개보다 11개나 많다. 다양한 아시아국가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종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주최 측에서는 경기장 확보나 일정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날씨 등으로 경기가 열리지 못할 것에 대비한 예비일을 마련하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8개국이 참가한 크리켓이 대표적이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이번 대회 남자 크리켓 4강 진출팀이 단 한 번의 투구도 없이 가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28일과 29일 일본 아이치현 고로기 체육공원 야구장을 개조한 크리켓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자부 8강전 4경기는 비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

야속한 하늘 네팔 크리켓 선수들이 지난 29일 예정됐던 스리랑카와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크리켓 8강전 경기를 위해 우산을 쓰고 대기하고 있다. 네팔 크리켓협회 인스타그램

경기 예비일이 편성되지 않은 이번 대회에서는 ‘우천 취소 시 세계 랭킹이 높은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4강 진출 팀을 가렸다. 이에 따라 28일에는 경기 없이 상위 시드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4강에 선착했고 아프가니스탄과 홍콩은 탈락했다. 29일 경기 역시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가 각각 네팔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경기 없이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일 열릴 4강전 대진은 인도-스리랑카, 파키스탄-방글라데시의 맞대결로 결정됐다.



경기도 치르지도 못한 채 대회를 마감하게 된 하위 랭킹 국가 선수단에서는 아쉬움과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 대표 선수인 비란딥 싱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건만 두르고 대기하다가 경기장조차 가지 못해서 너무 슬펐다”고 심경을 전했다. 네팔크리켓협회도 SNS에 자국 선수들이 빗속에서 우산을 쓴 채 경기장을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과 경기장을 찾은 자국 응원단에 인사하며 떠나는 모습을 게시하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인도의 전 국가대표이자 크리켓 해설가인 아카시 초프라는 “경기를 치르지 않고 랭킹만으로 진출 팀을 가리는 방식은 아쉽다”며 일정 및 운영상의 보완 필요성을 짚었다.

외신들도 이상한 경기 방식을 꼬집었다. 크리켓 전문 매체 크리켓뉴스는 “기존 야구장을 급조해 쓰면서 발생한 배수 문제와 날씨 변수가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크리켓 종목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예비일조차 마련하지 못한 대회 일정이 이런 파행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회 조직위는 3일로 예정된 결승까지 비로 열리지 못하면 공동 금메달을 수여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크리켓 금메달 팀도 비 때문에 결정됐다.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의 결승전 도중 비가 쏟아졌고, 결국 재개되지 못하고 세계랭킹이 높은 인도가 금메달을 가져갔다.